시중은행들이 앞다퉈 고금리 특판 적금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고객들은 마냥 기뻐할 수 없는 모양새다. 제시된 금리 혜택을 받으려면 오픈뱅킹 이용 등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야 하는 것.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하나은행이 이벤트성으로 판매한 최고 연 5.01% 금리의 `하나더적금`은 단 3일동안 136만 여명이 가입하고 가입 금액은 3788억 원 규모에 달했다.

저금리 시대에서 고금리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반영하지만 무턱대고 고금리 상품에 가입하기 전 세밀하게 상품설명서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자동이체와 비대면 가입만이 유일한 우대조건이었던 `하나더적금`과 달리 대부분의 다른 시중 고금리 상품은 가종 `과제`를 수행해야만 최대 우대이율을 받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에서 판매하고 있는 적금 상품을 살펴보면 4-6%의 고금리 적금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기본금리는 1-2% 수준이고 오픈뱅킹 이용, 신용카드 실적, 친구 추천 등 까다로운 우대금리 조건이 덤으로 붙어있다.

한 예로 신한은행의 `첫급여 드림`은 최고 연 5% 금리의 적금이지만 기본금리는 2%에 우대금리가 적용되면 3%포인트가 추가된다. 하지만 조건을 잘 살펴보면 급여이체 실적 3개월을 달성하면 우대이자율 연 1%포인트, 6개월은 연 2%포인트, 9개월은 연 3%포인트가 각각 적용된다. 가입기간이 12개월인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5%의 이자율이 적용되는 기간은 상품 가입 이후 9개월이 지난 후 3개월 동안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은행의 `우리 WON모아 적금`도 최대 연 4% 금리지만 상품설명을 들여다보면 작은 글씨로 기본금리 연 1.0%라고 적혀있다. 나머지 3.0%포인트는 매월 2회 이상 우리은행 오픈뱅킹 서비스로 우리은행 입출금통장에 입금, SMS 등 상품·서비스 마케팅 동의, 우리은행 오픈뱅킹 서비스에 타행계좌 등록 등의 미션을 완료해야 받을 수 있다.

이처럼 가입·우대조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으니 고객들은 포기하고 돌아가거나 까다로운 우대조건을 맞추지 못해 만기 시 예상보다 적은 이자액을 보고 실망할 수 있다.

시중은행의 4.8% 고금리 적금에 가입하기 위해 은행을 방문했던 A씨는 6개월동안 해당 은행 신용카드로 200만원을 사용해야한단 은행의 설명을 듣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A씨는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있지도 않거니와, 계산해보면 신용카드로 일정량을 지출해야만 하는 조건이 돈 낭비처럼 느껴져 포기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상품을 쫓기보단 자신에게 맞는 적금을 택할 것을 조언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상품설명서를 꼼꼼히 읽어 우대금리, 납입금액, 기간 등을 충분히 숙지하고 본인에게 적합한 자금 계획과 예산에 맞는 적절한 상품을 가입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이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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