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광폭행보 득실 따져봐야… 불필요한 정치쟁점화 실익 없어

송충원 서울지사 부국장
송충원 서울지사 부국장
4·15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잡기 위한 정치권의 구애가 본격화되면서 장밋빛 공약들이 쏟아진다. 난제로 꼽혔던 지역 현안들도 새롭게 조명되는데, 희망일지 희망고문에 그칠 지는 알 수가 없다. 충청권에선 혁신도시 추가지정 문제가 대표적 사례다. 사실 대전과 충남에도 혁신도시 지정이 필요한 근거 및 상황은 차고 넘친다. 국가균형발전차원에서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모든 광역지자체에 골고루 배치된 혁신도시가 대전·충남에만 없다. 세종시 덕을 보지 않았느냐는 일부 반론이 있는데, 턱없는 소리다. 당시 세종에 행정수도를 이전한다는 개념이어서 충청이 신(新)수도권화 될 것이라 했지만, 위헌결정으로 행정수도는 무산됐다. 오히려 행정중심도시로 멈추면서 인접한 대전과 충남의 인구 및 경제만을 흡수하는 소형 블랙홀이 됐고, 충청은 더욱 열악해진 상황이다.

혁신도시를 위한 호기(?)로 판단한 충청의 노력은 어느 때보다 필사적이다. 무엇보다 2월 국회에서 관련법을 통과시키려는 허태정 대전시장과 양승조 충남지사 등 두 광역단체장들의 광폭 행보가 눈에 띈다. 허 시장은 81만 여 시민들이 참여한 `혁신도시 지정 촉구 서명부`를 주부부처 수장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전달했으며, 대전과 충남을 혁신도시로 지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 처리를 공약화 해 줄 것을 각 당에 요청하기도 했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해찬 당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 등을 만나 당위성을 어필하기도 했다. 양 지사 역시 시간 차를 두고 허 시장과 마찬가지로 전폭적인 주민 서명을 이끌어 내고, 당 지도부를 접견했다. 또한 허 시장과 함께 한국당 소속인 해당 상임위원장을 만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열정적인 광폭행보가 순기능으로만 작용할 지에 대해선 장담할 수 없다. 현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단기 과제는 입법화다.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을 골자로 한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이 지난해 11월 해당 상임위인 산자위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한 상황이다. 이번 2월 임시회에서 산자위 전체회의와 법사위, 국회 본회의 등의 관문을 넘어야 하는데, 당장 산자위 전체회의부터 녹녹치 않다. 관련 협의를 주도해야 할 여야 간사중 민주당 의원은 TK(대구·경북) 출신이다. 상임위에는 대전과 충남 출신이 각각 1명씩 있지만 모두 민주당 소속일 뿐, 한국당은 없다. 여야간 합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에서 야당의 동의를 이끌어내야 할 고도의 정치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두 광역단체장의 행보에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문 대통령의 언급을 긍정적으로 긍정적 신호로 판단했다면, 집권여당 소속인 단체장은 자당 출신국회의장과 당대표, 원내대표를 만나 사진을 찍기보다 야당 지도부를 붙잡고 호소하는 게 더 시급하지 않았을까.

충청 혁신도시에 반대하는 측에 대한 대응도 고민해봐야 할 대목이다. 탄탄한 논리와 정치역량으로 제압하는 게 최선일 수 있다. 하지만, 반대 측이 다수가 아니고, 단 기간에 완벽히 제압하기 어렵다면, 굳이 정치쟁점화하지 않는 게 전략상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당 주도로 추진되는 정책현안으로 비춰지는 것만으로도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어려운데, 여야가 갈려 쟁점화된다면 갈 길이 더욱 험난해 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충청 혁신도시에 대한 대통령과 여당의 반응을 선거용으로 의심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문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대전·충남 혁신도시 추가지정의 당위성을 직접 언급하면서도 "총선을 거치면서 검토해보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총선용으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고, 여권이 긍정적으로 화답하면서도 당론화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 역시 적지 않다. 이 같은 의심과 걱정이 기우에 불과했음을 증명하고, 혁신도시에 대한 기대가 희망고문이 아닌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충청의 정치역량과 리더십이 발현돼야 할 것이다. 송충원 서울지사 정치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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