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
타계 9주기를 맞이한 소설가 박완서의 중·단편작 10편을 묶은 책 `복원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가 출간됐다. 그중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은 암으로 사별한 남편에 대한 기억을 담담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한국전쟁 중 오빠와 숙부를 잃고 뒤이어 남편과 아들을 가슴에 묻어야 했던 삶은 그저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고통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마흔 지나서야 문단에 등장한 박완서의 삶은 순탄하지만은 않았지만, 남다른 감수성과 자의식으로 `박완서 문학`이라는 산을 쌓았다. 피엑스 직원이었던 남자와 첫사랑에 빠져 결혼에 이르던 아름다운 시절도, 그 남자가 끝내 암으로 세상을 떠났던 시절도, 뒤이어 1년 만에 아들을 가슴에 묻었던 시절도 문학 속에 승화했다. 작가가 피로 물든 기억의 미로에서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힘은 박완서 특유의 `생의 의지`에 있었다. 삐그덕거리고 찌그덕거리며 살아가는 모든 소시민들에게 박완서는 여전히 변함없는 길동무다.
책의 책임 편집과 해제를 맡은 문학연구자 손유경은 박완서의 작품에 대해 "죽은 자의 비극과 생존자의 불행을 기록하고 발설하는 과정 그 자체"라고 말한다. 누군가는 짐승처럼 죽어가는 와중에 누군가는 짐승처럼 살아남았던 시절의 이야기를 집요하게 반복하기 때문이다. `살아 있음`이 곧 특권이자 비할 데 없는 축복이라는 작가의 인식은 `복원`을 향한 열망으로 집약된다. 복원이란 원래대로 회복한다는 것인데, 작가가 주목한 회복은 비극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바람이 아니라 비극 이후에도 지속돼야 할 삶에 있다. 상처 입고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면, 우리는 회복과 복원을 목적으로 생을 더욱더 빛나게 가꿔나가야 한다는 것이 박완서 문학의 중요한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이는 노추한 육체에 깃든 아름다운 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한 `해산바가지`(1985), `환각의 나비`(1995) 등에서 도드라지게 나타난다. 오늘날 박완서의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역사적 불운 속에서 안타깝게 저물어간 생명들을 애도하는 일이자 우리에게 주어진 삶과 사랑의 가치를 되새기는 경험이 될 것이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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