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 `단재 신채호 선생`을 담다.
달항아리, `단재 신채호 선생`을 담다.
문자 자체를 예술의 경지를 끌어올리며 모필(毛筆) 문화에 천착해 온 노재준(51) 작가가 개인전을 연다.

충북 출신으로 충남 예산고에서 25년 간 국어 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노 작가는 서울 종로구 경인미술관 제2전시관에서 19일부터 25일까지 `달항아리, 담고 닮다` 展을 마련한다.

작가 노재준은 전형적인 서가의 덕목을 지니고 있는 작가다. 서예와 전각을 통해 부단히 필획을 다듬으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는 평을 얻는다. 그가 문자 자체를 의미의 전달이라는 기능적인 측면에서 벗어나 예술의 경지로 끌어 올린 모필 문화는 여타 문화권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것이기도 하다.

그의 작업은 독특하다. 서예인데, 수묵 작업이다. 전각 기법에 탁본도 한다.

그의 작품을 보면 판화의 기법과 닮아있다. 이는 작가의 독특한 작업에서 나타나는 것인데, 작가는 도트 프린터의 프린트 기법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했다.

서예와 전각 등의 전통에 대한 학습을 통해 획득한 모필과 선의 운용을 조형의 기본으로 삼고 있지만 그의 선은 일반적인 서예, 혹은 모필을 통해 구현되는 선의 심미와는 일정한 거리가 있는 독특한 것이다.

달항아리로 들어가는 매개가 돼줬고 고유의 미감과 정서를 대표하는 달항아리가 새롭게 탄생하는 순간을 이끌어내게 것이다. 달항아리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과 접목된 것이다.

그는 달항아리라는 특정한 사물을 거론하고 있다.

작가는 "조선 백자대호는 순백색의 바탕흙에 투명한 유약을 발라 구워 만든, 둥그런 보름달 모양의 항아리이다. 백자대호를 혜곡 최순우가 `달항아리`라는 멋진 말로 표현한 이래 지금껏 불리고 있다"고 말했다.

달항아리는 우리 민족의 독특한 감정과 정서를 상징하는 것이다. 그것은 투명하거나 완정한 것이 아니라 규정할 수 없는 미묘한 유백색의 몸통에 부드럽게 휘어지는 자연스러운 곡선이 어우러진 것이다. 완정한 대칭이 아니라 비정형의 분방함과 일체의 장식이나 문양을 배제한 미완의 여유로움을 지니고 있다.

거칠고 둔탁하며 부단한 떨림으로 이뤄진 선들을 통해 비정형의 질서라는 여유로움을 말하고자 한다.

저자가 달항아리에 매달린 것은 달항아리가 주는 유명세가 아니었다. 오히려 달항아리를 통해 예술적 영감을 찾고자 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달항아리는 작가의 예술세계로 들어가는 창작의 문이 아니었을까.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일지라도 모든 달항아리가 같은 모양이 아니며, 특성에 따라 각기 모양을 달리한다.

달항아리를 모필과 철필로 각기 다른 특성의 달항아리를 작가만의 방식으로 구현했다. 그 구현 방식은 필획, 도획, 회화성, 탁본과 판화의 중첩된 기법 적용이다.

기법을 잘 살펴보면 면 대신 선을 이용해 배면을 구성하고 배면에 층을 두어 입체화시키며 나아가 직, 곡의 선으로 종횡, 교직을 통해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냈다.

그의 30여 점 되는 작품에는 서예, 전각의 기본을 이용해 탁본, 판화, 회화성을 이끌어낸다.

복합적 중첩에는 상당한 공력이 필요한데 작가의 말에 의하면 한 작품이 짧게는 보름 이상, 길게는 반년 이상 걸린 것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시간의 소요만으로 공력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 작품에는 작가가 지금가지 이룬 서화, 전각의 창작 과정이 고스란히 내재돼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획은 서예 필력에서 구현된다. 단순한 직선이나 곡선을 반듯하고 둥글게 긋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가 이번 전시의 제목을 `달 항아리, 담고 닮다`로 지은 이유를 "글씨의 필획, 전각과 탁본 기법, 회화적 요소, 메시지 등을 한국 고유의 미감과 정서를 대표하는 달 항아리에 담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충남 예산의 그의 작업실은 `멱심서루`다. 추사 김정희의 난초 그림 `불이선란도`에 나오는 화제에서 지었다고 한다. 작가는 "멱심(覓尋)은 찾고 찾는다는 의미인데, 책과 자료를 찾고 찾아 글도 쓰고 작품을 하고자 지은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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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 `독도`를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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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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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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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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