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대 목원대 총장
권혁대 목원대 총장
최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전 세계적인 발생 및 확산으로 대한민국이 불안에 떨고 있다. 정부에서는 감염병 위기 경보를 `경계`단계로 격상하는 등 범정부 차원에서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비록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전 세계 27개국으로 확산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해 아직 `판데믹(Pandemic, 전염병 대유행)` 수준은 아니라고 입장을 밝히긴 했지만, 사람들이 경험하는 불안감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최초 감염은 지난해 12월 12일 우한의 화난(華南) 해산물도매시장에서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중국 우한 시정부나 중앙정부는 그로부터 3주 가량이 흐른 12월 31일에서야 발생 사실을 외부에 알렸다. 중국 정부와 국제기구의 서투른 초기대응으로 확산을 막을 수 있었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진원지인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사망자와 감염 확진자는 각각 900명, 4만 명을 이미 넘어섰다. 지난달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중국 여성이 1호 감염자로 확진된 이후 한국도 지난 10일 기준 확진자가 27명에 이르는 등 증가 추세에 있다.

전염병과 같은 위기상황의 확산은 개인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 것은 물론 국가와 사회 전반에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리고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경험한 위기상황의 심각성과 향후 예상되는 사건 전개에 대한 인식 부족, 사실과 다른 괴담이나 가짜뉴스를 퍼뜨려 사회불안을 부추기는 행위 등은 위기에 대한 잘못된 대응을 유발하기도 한다. 예기치 못한 위기가 닥쳤을 때, 당황하고 우왕좌왕하기보다는 정확한 상황인지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이고 슬기로운 위기관리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위기관리 분야의 한 전문가는 올바른 위기관리의 네 가지 원칙으로 ACRI를 제시한 바 있다. 이는 Assess(위기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직한 평가), Control(위기 확산을 신속하게 통제), Review(위기의 검토 및 대응책 개발), Identify(위기의 본질을 이해) 등 네 단어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위기상황이 발생했을 때, 위기의 본질을 이해하고 구체화하며 체계적인 평가를 거쳐 이를 근거로 올바른 대응책 개발 및 위기 확산을 통제하는 일련의 전략을 신속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체계화된 위기대응 매뉴얼을 갖추고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조직의 질 높은 대처능력은 요즘처럼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상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꼭 필요한 능력 중 하나이다.

필자가 총장으로 있는 대학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이 감지되면서 곧바로 부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시시각각 수집되는 정보를 예의주시하며 일사분란한 대응을 하고 있다. 학내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매뉴얼 배포는 물론 학교 차원에서 계획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졸업식과 같은 단체 활동을 취소하였고, 개강도 2주일 연기하는 등 적극적인 위기관리 활동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춘절 연휴에 본국을 다녀온 중국인 유학생들을 기숙사에 격리하고 매일 건강 이상 여부를 확인하고 있으며, 중국 우한 출신의 박사과정 신입생을 본인 동의하에 입학 취소 결정하는 등 만일의 사고에 대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는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실로 위험과 불확실성이 가득한 시대이다. 최선의 위기대응은 예방에 있다고 하지만, 요즘같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는 그것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광범위해질수록 대외적 요인에 기인한 위기와 악재는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위기상황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전 구성원이 적극 협력·동참하여 위기 확산을 방지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위기관리 능력, 이것은 앞으로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과 조직의 핵심역량이자 경쟁력이 될 것이다.

권혁대 목원대 총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