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이 오는 4·15 총선에서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세종시 투입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본인도 대구·경북 지역 출마를 염두에 뒀으나 당 대표 등 지도자급의 험지 출마 방침에 따라 세종시 선회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한국당에 몸을 담고 있지만 노무현 정부에서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 대통령 정책실장, 정책기획위원장 등을 거친 분권 및 지방자치 전문가다. 노 후보 시절엔 정책자문단장을 맡아 행정수도 세종시를 설계하는데도 기여했다. 누구보다 세종시에 대한 이해가 높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의 출마설은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세종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만들어진 도시다. 정권이 바뀐 뒤 충청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기업도시로 전환하려고 했을 때 저지에 나선 것도 민주당이다. 민주당 스스로 세종시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갖고 있다고 얘기할 정도다. 특히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두 차례에 걸쳐 세종시 국회의원을 지내며 세종시 완성과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 등에 노력하면서 그런 등식은 더욱 공고화됐다. 하지만 이 대표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행정수도 건설 추동력이 약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래서 당내에선 분권의 상징인 세종시 완성과 기득권 유지 차원에서 거물급 인사의 세종 출마론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당의 김 전 위원장 출마가 공식화되면 민주당 역시 그에 걸맞은 대항마를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측도 그래서 가능하다.

향후 선거구 획정 결과에 따라 세종시의 선거구가 2개로 늘어날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되면 한 지역구는 세종 현지 사정에 밝은 인물이 경쟁하고, 다른 지역구는 중앙무대에서 활동하는 지도자급 인사들이 출마해 각축전을 벌이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기왕 세종시 발전을 위한 일이라면 거물급의 출격은 환영할 일이다. 정파를 떠나 정당한 승부를 겨루고 행정수도의 완성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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