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숙증

여아의 사춘기는 만 10세쯤 유방이 발달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남아는 만 12세쯤 고환이 커지면서 시작된다. 성조숙증은 여아에서 만 8세 이전, 남아에서 만 9세 이전에 이차성징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성조숙증은 여아에서 남아에 비해 5-10배 많으며, 이차성징의 조기 발현과 함께 빠른 골 성숙으로 인해 최종 성인 키의 감소, 심리사회적 문제나 행동 문제 등이 동반 될 수 있다. 원인으로 중추신경계 종양이나 난소의 종양 같이 조기 발견이 중요한 질환이 포함되므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요구된다.

성조숙증의 원인과 치료 등에 대해 전유식 대전코젤병원 병원장의 도움말로 자세히 알아봤다.

여아의 경우 80-95%가 원인 질환 없이 발생하는 특발성 성조숙증이다. 남아에서는 성조숙증 환자의 50%에서 원인 질환이 발견된다. 뇌종양, 선천성 뇌기형, 수두증, 뇌염 및 뇌농양, 갑상샘저하증, 난소 및 고환이나 부신의 질환, 성호르몬이나 스테로이드가 함유된 약물 등이 성조숙증을 일으킬 수 있다. 특정 식품, 특히 콩류 식물에 여성호르몬과 유사한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많이 함유돼 있지만, 이러한 물질이 사춘기 시작에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여러 가지 환경 호르몬이 사춘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아직은 인과관계가 확실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따라서 식이요법으로 성조숙증이 예방되지는 않으며, 특정식품에 대한 과도한 염려 및 조절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비만이 심한 어린이에서 사춘기 진행이 빠른 경향이 있으나 비만한 어린이라고 해서 모두가 사춘기가 빠른 것은 아니며, 비만하지 않은 아이에서도 성조숙증이 발생한다.

진단은 이차성징이 나타난 시기, 진행 속도, 원인 질환, 성호르몬 노출 유무 등을 확인해 신체 성장과 성성숙의 진행 정도를 평가한다. 방사선 촬영을 통해 골연령을 측정하고, 호르몬 검사(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 자극검사)를 한다. 뇌 MRI 검사나 복부, 골반, 고환 초음파 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처음 검사 할 때에는 치료를 요하는 단계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수개월 만에 치료가 필요한 단계로 진행 될 수 있어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특별한 원인 질환 없이 발생하는 경우(특발성 성조숙증)에는 사춘기 진행을 억제하는 약제인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 효능제(성호르몬 억제제)를 3-4주 간격으로 맞게 된다.

사춘기가 빨리 시작되면 처음엔 잘 크는 것 같지만 골연령이 빨라져 사춘기가 정상으로 시작되는 아이에 비해 성인키는 오히려 작을 수 있다. 성조숙증을 치료하면 골연령이 빨라지는 것을 조절해 성인키가 작아지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정신적으로 어린 상태에서 사춘기가 진행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여아는 만 9세 전(8세 364일)까지, 남아는 만 10세 전(만9세 364일)까지 성조숙증 치료를 시작해야 건강 보험이 적용된다. 또 가능하면 일찍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치료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꾸준한 치료가 중요하며, 불규칙적으로 치료를 받는 경우에는 오히려 사춘기 발현을 자극할 수 있다. 치료 기간은 2-5년이며 진단 받았을 때의 연령과 골연령이 진행된 정도에 따라 기간이 달라진다. 치료 종료 시점은 대개 여아는 11세 전후, 남아는 12세 전후이지만, 개인에 따라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성조숙증 치료제인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 효능제(성호르몬 억제제)는 소아에서 사용된 지 30년 정도 됐으며, 부작용이 거의 없고 매우 안전한 약으로 알려져 있다. 주사 맞은 부위가 하루 정도 아프거나 부을 수 있으며, 무균성 농양이나 드물게 과민반응이 있을 수 있다.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 효능제는 성호르몬을 낮춤으로써 유방암이나 전립선암 세포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어 유방암이나 전립선암의 치료에도 사용되는데, 일반적인 항암제가 유발하는 독성이나 부작용과는 무관하다. 치료 중 일반적인 다른 약을 먹거나 예방 접종을 하는 것에는 제한이 없다. 치료 종료 후에는 치료하지 않은 정상인과 동일한 성호르몬 분비 능력, 자궁 발달, 임신 능력을 보인다.

여아의 경우 첫번째 치료 후 유방 발달이 조금 더 진행할 수도 있다. 드물게 질 출혈이 나타나거나 질 분비물이 증가할 수도 있으나 이러한 현상은 일시적이며 주사 치료가 2-3회 정도 진행된 후에는 없어진다. 치료 시작 후 대개 6개월 이내에 이차성징의 진행이 억제돼 여아는 유방 몽우리가 작아지고 남아는 고환 크기가 작아진다. 치료를 시작하면 치료 전보다 천천히 키가 크지만, 골연령이 빠르게 진행하는 것을 늦춰 치료를 안 했을 때 보다 오랜 기간 자라기 때문에 성인키에 도움이 된다.

전유식 원장은 "치료 종료 후 6개월 내에 성호르몬이 다시 정상적으로 분비돼 사춘기가 진행되며 여아에서 초경은 평균 6-18개월 뒤에 시작한다"며 "치료 종료 후 초경까지의 성장속도는 개인차가 있으며, 치료를 종료한 후에도 지속적인 골연령, 성장, 사춘기 발달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정성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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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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