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어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의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4개 부문을 휩쓸었다. 미술상과 편집상까지 6개 부문에 걸쳐 후보에 올랐고, 그 가운데 4관왕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후보 지명과 수상은 한국영화 101년 역사상 처음이다. 외국어 영화로는 최초로 작품상을 받아 아카데미 역사까지 바꿨다. 봉 감독은 물론 한국영화의 쾌거이자 경사다.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며 한국영화,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알린 봉 감독과 출연 배우, 현장 스탭, 제작사 등의 노고에 축하와 감사를 전한다.

기생충은 지난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에 이어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영국 아카테미 각본상, 미국 배우조합 앙상블상, 미술감독조합 미술상, 편집자협회 편집상 등 세계 유수의 영화상을 휩쓸었다. 작품 자체의 완성도는 물론 시대의 보편적 이슈인 양극화와 불평등을 `기생충` 속에 녹여내며 전 세계와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일 것이다. 봉 감독은 `괴물`, `마더`, `설국열차`, `옥자` 등 일련의 작품에서도 왜곡되고 비뚤어진 현실을 고발했다. 그의 영화를 관통하는 불안, 공포, 경직된 사회, 불평등과 같은 편린들은 사회풍자로 모아졌다. 그는 때론 섬뜩하게, 때론 코믹하게 이를 표현하며 관객을 울리고 웃겼다. 그는 마침내 영화인들의 꿈의 축제라는 아카데미 시상식마저 접수하며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은 한국 영화계를 넘어 한국 문화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임에 틀림없다. K-pop에 이어 한국영화가 전 세계에 열풍을 일으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봉준호와 기생충 뒤에는 수많은 영화인들과 피와 땀, 눈물이 자리하고 있다. 차제에 열악한 영화산업 전반의 구조적 문제점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스포트라이트 뒤에 가려진 헌신을 외면하면 제2의 봉준호, 제3의 기생충은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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