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금융당국이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경제심리 위축이 거시경제 악화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한 금융당국이 기준금리를 내려 경기 부양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속된 금리인하와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 대책 등을 고려하면 추가 인하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27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해 수출·생산업계가 위축되고 소비 심리도 얼어붙은 가운데 이번 사태가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간 한은은 전염병 확산 때마다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인하해 경제심리 위축에 대응해왔다. 2015년 5월 국내에서 첫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했을 때 한은은 가계부채 부담으로 금리 인하가 어려울 것이란 시장 예상을 뒤엎고 다음달(6월)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내렸다. 2003년 4월 국내 첫 사스 환자 확진 때에는 4.25%였던 기준금리를 5월과 7월, 0.25%포인트씩 인하한 바 있다.

김수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는 경기 회복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발 충격에 따른 금리 인하 기대가 부상해 금리 하락 압력이 우세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호텔, 식당 등 관광·음식숙박업계 등에서 신종 코로나로 인한 타격이 현실화되며 중소·중견·소상공인의 피해가 커지고 있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역대 전염병 사태 때처럼 한은이 적극적으로 금리 인하 카드를 내기엔 부족한 정책여력과 부동산 시장이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어 추가 인하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은은 부진한 경기를 부양하고자 지난해 7월 1.75%에서 1.50%로, 같은 해 10월에는 1.50%에서 1.25%로 이미 2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해 역대 최저 수준까지 내렸다. 시장에서는 실효하한 금리의 수준을 0.75-1.00%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리 인하를 단행할 정책여력이 얼마 남지 않아 추가 인하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대책과 상충된다는 점도 지적된다. 금리가 낮아지면 안정돼가는 부동산 시장이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은 한은의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에서 바이러스 확진자 수가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면 2월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며 "최근 1%대로 상승한 물가상승률, 수출 회복기조, 정부의 1분기 적극적인 재정정책 등으로 한국은행은 금리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기준금리 인하가 결정될 수 있는 시기는 1분기 재정집행의 효과와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의 영향력이 모두 반영될 3-4월 지표가 확인된 이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이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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