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필수 관광코스로는 에펠탑, 루브르 박물관, 노트르담 대성당, 개선문과 샹젤리제 거리, 센 강변과 바토무슈 유람선, 퐁피두센터, 베르사이유 궁전 그리고 몽마르트르 언덕을 꼽게 된다. 그중 파리 시내 북단에 위치한 몽마르트르 언덕은 주간보다 저녁 관광 대상으로 제격이다. 해질 무렵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파리 시내 전경은 평생 잊지 못할 장관이다. 언덕 정상 비잔틴 양식의 사크레쾨르 사원은 밤에도 개방되기 때문에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사원 앞 계단에 장사진을 치고 파리의 야경에 도취한다. 관광객들이 몽마르트르 언덕을 찾는 이유는 그곳만이 지닌 특별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에펠탑이나 개선문 그리고 퐁피두센터는 그 자체가 너무나 잘 알려진 단일한 랜드마크인 반면 몽마르트르 언덕에는 다양한 체험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혼재하고 있다. 한마디로 그 자체가 `작은 프랑스`라고 해도 좋을 만큼 역사, 문화, 예술, 종교, 유흥 그리고 일상의 삶이 고루 뒤섞여있다. 한곳에서 압축적으로 프랑스 전체를 들여다보았다라고 할 만한 문화체험이 가능한 동네이자 마을인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몽마르트를 이렇게 매력 덩어리로 만든 결정적 요인을 구조적으로 분석해보자. 몽마르트르 언덕을 대표하는 명소 가운데 하나인 테르트르 광장을 예로 들어볼 필요가 있다. 오래전부터 거리 화가들이 관광객을 상대로 초상화를 그려주는 장소로 잘 알려진 이 광장 주변에 많은 테라스 카페·레스토랑들이 몰려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곳을 찾는 인파들 가운데는 외국인 관광객뿐 아니라 프랑스 지방에서 온 관광객 그리고 심지어 파리지앵들까지 함께 어울려 있다는 사실이다. 주변 뒷골목의 카페에 가면 동네 주민들도 쉽사리 만날 수 있다. 그렇지만 테르트르 광장에 오면 마치 일상의 문턱을 넘어 예술의 영역으로 빨려 들어가듯 낯선 자아의 순간을 경험한다. 혹자는 상업적인 관광지에서 무슨 탈일상의 경험을 운운하냐고 반박할지 모르나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겪을 수 있는 체험의 구조는 이렇게 대립적인 요소들이 절묘하게 조화되고 있는 데에 기인한다. 테르트르 광장에서 올려다보이는 사크레쾨르는 성스러운 장소이지만 언덕 아래 위치한 카바레 물랭루즈는 대조적으로 세속적 쾌락의 극치이다. 성과 속 그리고 일상과 탈일상이 공존하는 구조를 알 수 있다. 일상의 평범함과 더불어 관능적인 아름다움과 찰나의 유혹 그리고 숭고함의 감정까지 두루 체험할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

이곳이 에펠탑 다음으로 파리 관광객들이 두 번째로 즐겨 찾는 명소로 등극한 이유는 이런 카니발축제와 같은 장소의 분위기 때문이다. 언어, 인종, 나이, 계급, 빈부의 차이를 넘어 축제의 군중들은 서로 격의 없이 친밀하게 접촉한다. 몽마르트르의 카니발 분위기는 카바레나 라이브바에서만 아니라 인근 지하철역 출구부터 노천 카페와 식당 그리고 노점상에 이르기까지 주민과 관광객 모두가 함께 조성해낸다. 즐거움을 나누고 함께 어울려 흥이 더해지는 축제의 공동체가 몽마르트르의 고유성이다. 오늘날 지속가능한 관광의 핫플레이스들은 한결같이 이런 카니발의 분위기가 지배한다.

요지경 같은 몽마르트르의 이런 매력을 여러 문인들은 신비로움이라고 묘사했다. 네르발, 베를렌느 그리고 아폴리네르와 같은 시인들에게 몽마르트르 언덕은 창작의 영감을 위한 뮤즈와 같았다. 카바레와 에로티즘 박물관이 있는 언덕 아래에서 푸니쿨라라고 불리는 경사면철도를 타고 사크레쾨르에 올랐다가 테르트르 광장을 거쳐 가파른 계단으로 도보로 내려가 보자. 계단을 오르내리는 시민과 관광객 그리고 관광객과 관광객들이 서로 마주치며 보내는 미소를 통해 몽마르트르 언덕은 100년, 150년에 걸쳐 사람들의 희노애락과 열정이 만들어 낸 오래 숙성된 작품임을 깨닫게 된다.

박동천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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