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길 작가 [사진=빈운용 기자]
민병길 작가 [사진=빈운용 기자]
"매일 보던 자연 풍경이 어느 날 달리 보일 때가 있습니다. 눈에 들어오는 그 때 제 사진기는 움직입니다."

민병길(61) 사진 작가의 작품은 동양의 수묵화를 보는 듯하다. 여백처럼 공간을 품고 있는 안개, 물, 바람 등은 그의 흑백 필름을 통해 복제품이 아닌, 예술 작품으로 승화된다.

대전일보사 1층 복합문화공간 랩마스 Art에서 6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열리는 `질료들의 재배치`展에서 민 작가는 `안개`와 `물`을 주제로 한 19점을 선보인다.

그의 작품 주제는 낮게 포치 시켜 놓은 대상이 아닌, 그저 희미하게 보이는 안개, 바람 등 자연물이다.

공간을 꽉 채우고 있지만 작품을 보면 여백처럼 보인다.

민 작가는 "안개, 물, 하늘 등이 담긴 빈 공간은 관점에 따라 수평이 되기도, 지평이 되기도 한다"면서 "탐색의 공간이기에 빈 공간이 아닌 꽉 찬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존재 자체, 질료(hyle)에 천착해왔다.

전시명인 `질료들의 재배치`는 자연물 그 자체의 질료에 작가의 경험이 더해진 것으로,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다.

민 작가는 "질료(hyle) 혹은 물질(matter)은 재료(material)가 되기 전의 상태를 이르는 것"이라며 "`질료들의 재배치`는 결국 작품이 되기 전의 자연물과 그것을 바라보는 `그 때`가 더해져 새로운 작품으로의 탄생을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이 수묵화와 일정 정도 일맥상통하는 이유는 독특한 인화 과정 때문이다.

민 작가는 "인화지는 펄트가 들어가지 않은 100% 면을 사용하고 있다"며 "잉크가 검게 들어가지 않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잉크가 면에 자연스레 스며들면서 `먹의 농담`처럼 표현되는 것이다.

민 작가는 작품명이 따로 없다. 그저 질료에 따라 작품명을 부를 뿐이다.

그래서 장소도 기록하지 않는다. 전통 수묵화가 상상에 기반한 것처럼 그의 작품 역시 주제에 집중한다.

"가능하면 그것들의 본래 모습을 그려내려고 해요. 사진으로 표현된 이미지는 실체일 순 없겠죠. 그렇지만 아름다운 자연물, 인식적 경험을 질료로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예술의 역할에 충실하려고 합니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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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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