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선 서천 오성초 교사
이미선 서천 오성초 교사
오후 6시쯤 좀 전에 하교했던 우리 반 학생이 교실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오늘은 우리 교실에서 학부모 교실이 있는 날이다. 이 학생 역시 부모님과 함께 오늘 참여하려고 이른 저녁을 먹고 교실로 달려왔다.

올해 학부모교육을 담당하면서 전과는 다른 학부모교실을 운영하고 싶었다. 작은 학교에서 학부모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학교와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으로 고민한 끝에 학부모교육을 정기적으로 학교 안팎에서 실시하기로 했다. 1년 계획을 미리 사전 조사했고 그 중 부모님들이 원하는 활동을 월 2회로 뽑아서 운영했다. 가족단위로 운영하고 시간은 일과 후나 주말을 이용해 실시했다. 학생들은 별도로 유치원에서 유치원 교사의 도움을 받아 돌봄을 실시했다.

생활도자기 제작을 시작으로 가죽공예, 천연향초 만들기 등 평소에 하고는 싶었으나 여러 제약으로 하지 못 했던 생활밀착형 활동들을 했다. 처음 학부모교실을 열었을 때 여덟 가정에서 15명 정도가 참여했는데 나중에는 기본 15가정에서 30명이 훨씬 넘어 교실에서 강당으로 옮겨야 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학부모교실에 참여한 부모님들의 입소문으로 이전에 참석 안하신 분들까지 오게 돼 참여자 수가 늘게 된 것이다.

학부모교실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어느 날 늦게 참석한 한 학부모는 "선생님, 늦었다고 오늘 안 왔으면 후회할 뻔했어요"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는 모습에 나도 미소가 지어졌다.

가족단위 영화감상을 위해 가까운 극장에서 만나기로 한 날은 놀랍게도 참석한 가족이 약속 시간보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가족들과 영화를 보면서 많은 얘기를 나누었고, 영화가 끝난 후에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고 영화에 대한 감상과 다음에 참여할 계획을 미리 약속하기도 했다.

학부모교실을 운영하면서 놀라웠던 점은 아버지들의 참여였다. 학교행사가 있으면 대부분 어머니들만 참석했는데 학부모교실은 일이 생겨 못 오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참석했다. 활동할 때 힘을 써야 할 경우에는 먼저 나서서 해주고 호탕한 웃음과 유쾌한 농담으로 교실분위기를 항상 즐겁게 만들었다. 집에서 키운 블루베리, 포도를 간식으로 가져오시는 학무보들 덕분에 아이들도 저녁 간식을 유기농으로 맛있게 먹었다.

휴양림으로 가족등반을 갔을 때는 소나무 숲에서 자연치유를 하고, 도토리로 가족 공기놀이 대회를 할 때는 온 가족이 네 아이, 내 아이 할 것 없이 서로 아이들을 챙기고 응원했다. 처음 학부모교실에 참여했을 때 학부모들은 조금 색다른 경험을 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활동에 참여한 일 년 후에는 내 아이의 학교생활은 물론, 다른 가정의 자녀교육까지 알게 됐다고 했다. 그 중 두드러진 점은 아이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 전보다 더 많이 자녀들을 이해하게 됐다는 점이다.

이런 긍정적인 것들이 잘 반영돼 우리 학교는 지난해 학부모 교육참여 우수학교로 교육감상을 받았다. 학부모들이 교육활동에 잘 참여하고 학교 정책을 바르게 이해해 받은 상이라 더 값진 것이었다. 마지막 학부모교실을 하는 날 학부모들은 내년에도 학부모교실이 지속되기를 희망했다. 스스로 참여해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가졌기에 계속 운영되기를 바란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나도 내년에는 더 의미 있고, 감동이 있는 학부모교실이 되도록 즐거운 고민을 해봐야겠다. 이미선 서천 오송초등학교 교사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