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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봉 김기추 거사 삶을 엿보다

2020-02-05기사 편집 2020-02-05 17:11:09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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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부릅뜨고 와 귀를 가리고 가다] 최운초 지음/ 가을여행 / 456쪽/ 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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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가불자로 널리 알려진 백봉 김기추 거사는 출가 승려가 아니었다. 청년기에는 일제에 무시당하고 탄압받는 조선 민중을 보며 대항했고, 해방 후에는 육영사업가로, 중년에는 정치에 몸을 담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50세가 넘은 나이에 불교에 입문했다. 늦은 나이에 큰 깨달음을 얻은 그는 '새말귀 수행법'을 주창한다. '새로운 화두'를 뜻하는 것으로, 밥을 먹고 일을 하는 일상 자체를 수행이라고 봤다. 그러나 거사의 고향인 부산 영도 사람들조차 김기추를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정계 퇴물인사로만 알고 있다.

백봉 김기추 거사의 삶과 계몽의 이야기를 그대로 담은 신간 '눈을 부릅뜨고 와 귀를 가리고 가다'가 출간됐다.

저자는 29살에 백봉 거사를 만나 입문했고 이듬해 선원에 입주해 직접 사사를 받았다. 백봉거사가 태어나 입적할 때까지 그에게 일어난 일, 그가 한 말, 또 그가 행한 일을 기록했다.

거사는 대전과도 인연이 깊다.

"내 계룡산에 한번 가서 있었지. 뭣도 모르고 갔지. 계룡산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어. 어떤 곳인가 하고. 마침 계룡산에 절이 한 군데 있다고 해. 그 사람이 또 부산 사람이라. 중이라도 땡땡이중이라. 가서 절 전체를 빌려서 있었어."-백봉, 1975.12.20, 광안리

서울에서 '유마경 강론'을 내고 세상이 그를 주목했지만, 거사는 조용히 계룡산으로 향해 보임(保任)의 생활에 들어간다. 1969년 겨울 정진법회에는 대전고 학생들이 대거 참석했는데, 이 법회가 대학가에 백봉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된다.

저자는 "거사가 입적한 지 34년이 지났기 때문에 마치 어둠 속에서 손으로 더듬어 사물의 윤곽을 파악하듯이 백봉거사의 행적을 파악해야 했다"고 떠올린다. 300시간이 넘는 거사의 설법에서 그의 행적을 모았고, 100여 명의 제자와 가족들을 인터뷰했다. 8년 동안 거사의 삶을 이해하는 데 단서가 되는 장소와 기록을 조사하고, 원고작업에 들어가 조각들을 정리하고 맞추는 데 또 다시 2년이 걸렸다. 책에 담은 내용이 저자의 상상이나 추정이 아닌 객관적 사실의 기록이라고 자신할 수 있는 이유다.

그는 살아생전 '마음 공부를 하려면 먼저 사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책에 오롯이 담긴 거사의 일화를 읽은 수행자에게는 우선 자신을 되돌아 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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