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일야방성대학] 고광률 지음/ 나무옆의자/ 384쪽/ 1만 4000원

시일야방성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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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 시스템을 `중독 시스템`(Addictive System)이다. 중독시스템은 일종의 폐쇄적 시스템으로 외부로는 열려있지 않고 내부에서만 돌아가는 시스템으로 이런 조직들은 병이 깊어질수록 더 경직되고 부정직해진다.`-소설 `중독사회` 中

충북 청주 출신의 고광률(59) 작가가 우리 사회 대학을 해부하는 소설을 출간했다. 조선 후기 황성신문 주필인 장지연이 망해가는 조국의 상황에 통한하며 쓴 논설문을 비틀어 쓴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대학교수 사회의 암투와 질투, 모략, 계략, 지질한 욕망을 신랄하게 풍자했다.

전작 `오래된 뿔`은 우리 현대사를 유기적 연결고리로 꿰뚫으면서 통시적으로 구현해 낸 첫 번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은 작가는 책 서두에 앤 윌슨 섀프와 다이앤 패설의 소설 `중독 사회`를 인용해 오늘날 대학의 문제를 관통시킨다.

대전의 한 사립대에서 30여 년 넘게 교직원으로 재직 중인 작가는 부조리한 대학 시스템을 목도했다. 그는 소설에서 `대학은 우물 안이 됐고, 교수는 개구리가 됐다`고 비판한다. 대학의 학문은 자기 복제를 하거나 근친상간을 하며 초근목피로 연명해 나가는 데에 그친다고도 했다.

작가는 우리 사회 대학이 이 같은 폐쇄적 시스템으로 운영된다고 지적한다.

작가가 이번에 주목한 문제는 한국 사회 최고 기득권층인 교수 집단의 모략과 이전투구, 작가 스스로가 30년 동안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고민하고 갈등을 겪을 수 밖에 없었던 부분이 투사와 반투사의 장치로 그려진 작품이다. 일광학원 재단의 일광대학교는 교육부의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가선정돼 부실 판정을 받게 된다.

학생들은 총장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급기야 총장실을 점거하는 사태에 이르자, 총장은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관계자들을 불러들인다. 이 소설은 현 총장과 전 총장, 그리고 직원 출신 비정년 교원을 중심으로 얽힌 이들의 미로와도 같은 이해관계도인 동시에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욕망을 들여다보는 현미경이라고 할 수 있다. 권력 다툼과 특권 의식, 이권을 위해 양심과 인격과 자존심마저 남김 없이 내던지는 교수라는 이름의 인간 군상이 보여주는, 진실을 위장한 거짓 투성이 성채를 만날 수 있다. 권력과 자본의 야만에 잠식당한 사회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그의 소설은 밀도 높은 언어와 단단한 구성, 확고한 리얼리티로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1987년 `호서문학`에 단편 `어둠의 끝`을, 1991년 17인 신작소설집 `아버지의 나라`(실천문학사)에 단편 `통증`을 발표하면서 작가의 길에 들어섰으며 2012년 호서문학상을 받았다.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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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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