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한진 대전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오한진 대전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우한 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중국의 우한이라는 도시는 한국으로 치면 대전 정도에 해당하는 중국의 중심부에 위치한 교통의 요충지이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은 발달한 교통망에 춘절이라는 민족 대이동이 결합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빠른 확산 속도와 계속 늘어나는 사망자 수로 인해 엄청난 공포를 만들어 내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입장에서는 자신의 위력을 아주 쉽게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으로 생각된다. 더군다나 평소 마스크 쓰기와 손 세척 등 기본 위생 개념이 부족했던 숙주들의 생활습관에 더해 초기에 안일하게 대처한 것이 이 질병의 급격한 확산을 도와준 것으로 생각된다.

전염병은 무엇보다 경제에 가장 치명타를 입힌다. 사람들이 모이고 이동하는 것을 기피하기 때문에 소비가 위축되고 생산에 차질을 초래하며, 관광객의 유입 감소 등으로 서비스 산업을 포함한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준다. 중국의 인구는 약 15억 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1에 해당되며 경제규모도 세계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그야말로 엄청난 나라이다. 따라서 바이러스 확산을 빠른 시간 내에 제어하지 못하면 중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도 직격탄을 맞게 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현지시간으로 1월 30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국도 31일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중국을 여행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월 2일부로 중국여행 금지를 권고하고 나섰으며, 2주 내 후베이성 방문이력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막기 시작했다.

중국의 국가 주석 시진핑은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악마`라 칭하며, `악마`가 활개치지 못하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바이러스의 승리로 보인다.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 형태로 기생 생명체이다. 즉, 동물이든 식물이든 세균이든 반드시 살아있는 생명체인 숙주 안에서 기생할 때 비로소 그 존재의 위력을 과시할 뿐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라는 뜻이다. 바이러스는 살아있는 생명체, 즉 세포 안에서는 그 세포가 가지고 있는 효소를 이용해서 자신에게 필요한 단백질을 합성하고 핵산을 복제할 뿐만 아니라 돌연변이를 통한 적응과 진화를 거듭하는 생물학적 특성을 나타낼 수 있다. 하지만 세포 밖에서는 그저 단순한 무생물에 불과하다. 제 아무리 무서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외부환경에서는 장시간 생존이 어렵다. 심지어 독감바이러스는 물로만 씻어도 터져 버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작은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단숨에 공포 속으로 몰아넣는 상황을 보면서 인간의 나약함과 안일한 대처에 한숨과 분노가 치민다.

여태 문제를 일으키지 않던 바이러스가 갑자기 출몰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무분별한 환경 파괴와 더불어 교통의 발달과 위생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총·균·쇠의 저자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 문명은 몰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는 미래에는 `질병X` 즉, 예측 불가능한 새로운 바이러스에 의한 신규 전염성 질환들이 출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이런 전염병의 확산은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 교통의 발달,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저하, 안일한 대처 등이 원인이 된다.

몇 년에 한 번씩 출현하는 이름도 생소한 신종 바이러스들은 우리 인류에게 어떤 경고와 메시지를 주려는 것일까? 이미 우리는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안일한 대처가 얼마나 커다란 위험이 되는지 경험한 바가 있다. 따라서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대처에 잘못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한 앞으로 닥칠 문제들을 예상하고 얼마나 빠르고 적절하게 선제적 대응을 할 수 있을지를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준비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눈에도 보이지 않는 작은 미생물들이 환경의 파괴와 함께 갑자기 나타나 우리들을 불안과 공포로 몰아넣고, 경제적 손실에다 함께 웃고 떠들던 이웃 간의 편안한 일상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번 바이러스 확산은 우리들에게 우리가 사는 환경을 잘 보전하고, 위생적인 생활과 적절하고 신속한 대처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를 갖게 한다. 작디작은 바이러스의 우리 인간에 대한 엄중한 경고인 것이다.

오한진 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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