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의원의 `안철수 신당`이 윤곽을 드러냈다. 다음 달 1일 창당을 목표로 하고 당명은 `안철수 신당`을 유지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무릇 정당은 이념이나 지향점을 명칭에 표기, 이름만으로도 정체성을 드러낸다. 70여년에 달하는 우리 정당사를 살펴보면 민주 자유 평화 통일 국민 통합 정의 미래 노동 진보 보수 등 가치 지향적 명칭이 주류를 이룬다. 시대에 따라 변화는 있었지만 보편성에 기반한 단어를 사용해 당의 이름으로 써왔던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안 전 대표가 정당 명칭에 자신의 이름을 앞세운다는 것은 새롭지만 뭔가 어색하다.

정당 명칭에 특정인의 이름이 사용하는 것 자체는 전례가 없어 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이 필요하다고 한다. 정당에 사람 이름을 썼던 적은 없지만 2008년 18대 총선에서의 `친박연대`가 유사한 사례로 꼽힐 듯하다. 당시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박근혜계가 세를 규합해 당명을 `친박연대`를 꾸림으로써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박근혜 의원의 지원을 받는다는 인상을 풍겼고, 14석을 차지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와는 달리 `안철수 신당`은 보다 노골적으로 안 전 대표를 이용하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안 전 의원은 그동안 진영논리와 지역적 기반을 앞세운 거대 양당구도에서 벗어나 실용적 중도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래서 탈 이념, 탈 진영, 탈 지역을 기치로 내걸었고 작은정당·공유정당·혁신정당을 3대 지향점으로 제시했지만 당명만으로 이를 연상하는 것이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선관위의 유권해석과는 별개로 `안철수 신당`이 당명으로서의 정당성을 얻으려면 국민의 동의가 우선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강정책을 다듬고 인재를 영입하는 등의 창당 과정에서 안 전 의원이 추구하는 가치와 지향점을 증명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당의 대주주를 부각한 자체로 차기 대선을 노린 마케팅이란 논란은 물론 사당화만 공고히 하는 것이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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