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폐렴의 확산으로 국가적, 국제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은 항상 다양한 사회적 반응을 쏟아져 나오게 하는데, 그 사회의 잠재적 능력을 평가 받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사회적 위기는 시민 의식의 건강성과 성숙도를 진단받는 계기가 된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의 시민 의식은 어떤 수준인가? 잠깐의 소동은 있었지만 아산과 진천의 중국 우한 교민 이송에 대한 환영과 배려는 우리 사회가 건강하고 성숙하다는 것을 잘 보여 주었다.

역사를 보면 여러 문화권에서 고대 사회의 안정성과 건강성은 나그네에 대한 환대와 배려로 평가되었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지 않은 전통적 사회에서는 아직도 이러한 관습이 잘 유지되고 있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대 사회의 건강성 역시 다양성을 위한 배려와 포용으로 평가될 수 있다. 위기에 처한 사회는 건강한 배려와 포용에 근거한 결속으로 안정되게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인체의 면역력이 안정적인 사람이 병에 잘 걸리지 않고 잘 회복될 수 있듯이 말이다.

그래서 혐오와 배척을 위한 결속이 아닌 배려와 포용을 위한 결속이 그 사회의 건강성과 안정성의 척도가 된다. 근거 없는 공포와 증오를 부추기는 선동에 면역력을 잘 갖춘 사회 일수록 건강한 사회일 것이다. 이번 위기는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다시 시험 받는 시기이기도 하다.

사스, 신종 플루, 메르스 그리고 이번의 신종 코로나 등과 같은 위기는 국제적 교류가 더욱 긴밀해지고 활발해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도전으로 계속될 것이고 앞으로 더 빈번해질 가능성이 높다. 폐쇄된 사회가 아니라면 상존하는 위험요소인 셈이다. 그래서 합리적인 대처를 위한 사회적 결속력을 유지하는 것이 앞으로 더욱 필요하게 될 것이다.

인체의 면역력은 선천 면역과 후천 면역으로 형성되는데, 질병에 걸렸거나 예방 접종으로 얻어지는 능동면역이 후천면역의 주가 된다. 새로운 위기는 그 사회를 위협하는 위험이 되기도 하지만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역사와 다른 사회의 교훈을 통해 터득된 예방 접종과 새로운 위기를 극복하며 직접 얻어진 능동적 면역력이 우리 사회를 더욱 건강하고 성숙하게 만드는 기회가 된다. `위기가 기회`가 되어야 한다.

혐오적 분열보다는 합리적 결속을 위한 고민과 제안이 사회가 건강해지는 기회의 가장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평생 병에 걸리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병에 걸리더라도 건강하게 회복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신종 코로나 위기를 잘 극복하고 더 성숙하고 건강해질 우리 대한민국을 기대한다.

요즈음 마스크 착용과 손위생이 무엇보다 권장되고 있다. 답답한 마스크를 착용하고 번거로운 손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은 자신을 보호하는 행동인 동시에 부지불식간에 잠재적 감염원이 될 수 있는 자신으로부터 타인을 배려하는 행위이다. 자신과 타인을 동시에 생각하는 상호배려가 성숙한 시민 의식의 발로가 된다. 이것이 이번 위기에서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지탱하는 힘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또는 어색하고 귀찮아서 마스크 착용을 주저하는 사람들이 아직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지역 사회 감염 확산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철저한 마스크 착용과 손위생은 자신만을 지키는 건강염려가 아니라 타인에 대한 따뜻한 배려로 인식하고 격려되고 권장되어야 한다. 마스크 뒤에 숨어있는 따뜻한 미소가 결국 이 위기를 극복하게 해줄 우리 사회의 건강한 힘의 원천이 된다.

박우민 대전우리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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