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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건축] 문과 마음의 문

2020-02-05 기사
편집 2020-02-05 07:4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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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윤석주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라온 대표)
2020년이 밝은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고 겨울에 만날 수 있는 눈도 이제는 더 이상 내리지 않는 것일까? 어제는 기나긴 겨울의 어둠을 뚫고 대지는 서서히 따스한 새 봄을 맞이해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立春)이었다. 입춘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한 해가 시작되는 셈이다. 입춘이 되면 집 대문이나 문설주에 입춘을 맞이하여 길운(吉運)을 기원하는 입춘대길(立春大吉)과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라는 의미를 지닌 건양다경(建陽多慶)을 써서 붙이는 입춘첩을 많이 보았으나 지금은 궁궐이나 민속촌, 고택 등에서 볼 수 있다. 이는 대문이나 문설주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외에도 사랑방문, 사당문, 오방문, 장광문 등에도 입춘첩을 붙여놓았다.

대문(大門)은 집 바깥으로 통하게 하기 위해 만든 문으로 대문 안은 마당과 주거공간을 구성한다. 식구들의 사적인 공간이 되고 대문 밖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공적인 공간이 펼쳐지니 대문 하나로 시점, 관점이 달라지게 되니 참으로 중요한 요소다. 이러한 대문의 역할이 현대의 주거 형태에서는 어떻게 변형되었을까. 현대의 주거형태는 아파트로 대표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대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단지 주·부 출입구의 차량 진·출입 통제구역을 지나고 지하(지상) 주차장 출입문을 거쳐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세대 현관문에 도착한다. 방문을 열고 나가면 마당을 거쳐 대문을 통해 밖으로 나오던 동선이 방문-세대현관문-동별 출입문-단지 출입구를 통해 밖으로 나오는 동선으로 바뀌었다. 동선상으로 보면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문이 추가된 것이다.

모든 문은 보안을 위해 만들어졌을 것이다. 대문도 나와 가족들 그리고 그 안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담장으로 영역을 구획, 우리만의 삶의 공간을 확보했다. 그리고 지켜야 할 것이 많을수록 담장도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대문의 크기는 그 안에 사는 사람의 지위를 알 수 있었다. 문은 닫았을 때 그 기능을 발휘하지만 닫힌 문은 반드시 열려야 한다는 것 또한 문의 기능이니 어느 하나만 만족하는 문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현대인이 사용하는 휴대전화 및 컴퓨터는 모든 정보를 수집·배포하는 최고 기술의 집약물이며 열고 잠가야 하는 대문 역할의 기술도 계속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숫자 비밀번호를 시작으로 숫자+특수문자, 패턴, 지문, 홍체인식, 근육량 등 사용자만이 가지고 있는 바이오를 기술과 접목해 최고 수준의 보안을 자처하고 있지만 닫았으면 열어야 하는 문의 기능에서 닫는 기능만 구현하게 되는데 사용자 부재 시 열기 위해 들여야 하는 시간과 비용도 생각해야 되지 않을까.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떤 문을 몇 개의 문을 가지고 있으며 열고 닫을 수 있는 문이 몇 개나 있을까 자문할 필요가 있다. 아파트 생활에서 세대 현관문을 닫는 순간 나(가족)만의 생활공간에 만족할 수도 있겠지만 그 문을 자주 열어 단지 내 주민들과 공유하며 단지 밖 풍경을 자주 접할 수 있도록 하자. 얼굴을 마주보고 지내면 자연스레 가까워진다 하니 닫고 잠그기에 익숙해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문이 가지고 있는 본기능인 열고 닫음을 함으로서 입춘첩의 입춘대길, 건양다경 처럼 새 봄에 좋은 일이 가득하길 바란다.

윤석주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라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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