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성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위원
이대성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위원
연초 대덕연구단지에서 있었던 과학기술정통부의 신년 업무보고에서 대통령은 과학기술이 경제성장과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원천으로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역할을 강조했다. 1973년에 시작돼 곧 설립 50주년을 맞게 되는 대덕연구단지는 26개의 정부출연연구소와 3개 국공립연구소를 비롯해 1900여개 기관들이 입주해 있고, 종사 인력은 7만명 이상, 투입되는 연구비도 10조원 규모에 이를 만큼 우리나라의 국가대표 연구개발단지이다. 이러한 대규모 연구단지가 1인당 국민소득이 430불에 불과했던 반세기 전에 착수되었다는 사실은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래를 준비하는 원대한 국가 경영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런 대덕연구단지의 존재로 인해 대전시는 과학도시라고 불리게 됐다. 그러나 진정한 과학도시라고 한다면 다른 도시와는 뭔가 많이 달라야할텐데,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런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아쉬운 점이 많다. 대덕연구단지가 주로 중앙정부 중심으로 운영되어온 탓에 대전시와의 시너지 효과는 기대만큼 높지 않았던 것 같다.

이런 아쉬운 점을 개선하기 위해선 먼저 과학도시라는 브랜드 가치를 제대로 수립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 대전 엑스포 때 설치됐다가 철거된 자기부상열차가 아쉬울 정도로 과학도시를 상징할 수 있는 조형물조차 찾기가 힘들다. 고속도로 입구에라도 로켓 등과 같은 과학도시임을 상징할 수 있는 전시물이라도 설치하면 어떨까 싶다.

최근 대전시가 관심을 갖고 대덕특구를 재창조하고자 하는 노력에 착수한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시민들이 공유할 수 있는 출연연 오픈랩, 체감형 과학문화시설 등의 인프라 개선과 과학문화 조성을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수립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전시적인 공간 확보에 그치지 않고 연구개발자와 이용자가 함께 어우러져서 우수한 연구성과를 함께 공유하는 진정한 사람 중심의 광장 역할이 수행돼 대덕연구단지만의 고유한 문화가 자생적으로 지속되고 새롭게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한 우리나라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의 과학기술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고취를 위한 교육현장으로서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갖게 하는 요람이 되기를 바란다.

궁극적으로는 과학기술이 우리의 삶과 도시 행정에 녹아들어 실현되어 어느 도시보다 더 과학스러운 첨단도시를 지향하는 것이다. 대덕연구단지에서는 매일 새로운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는 만큼 대전은 그 어느 도시보다 빨리 그리고 효율적으로 신기술들의 사업화는 물론 실제 생활에 구현해 볼 수 있다. 연구단지가 생성해내는 많은 우수한 기술들을 융합적으로 적용한다면 가장 에너지 소비가 효율적이고, 공해가 적은 가장 환경친화적인 도시, 인공지능기술에 기반한 교통체계로 교통체증이 적고, 사고율이 가장 낮은 도시, 4차 산업혁명이 제일 먼저 구현되고 인공지능을 위한 빅데이터 구축이 가장 우수한 도시, 드론을 이용한 재해 감시와 택배를 비롯해 에어택시가 가장 먼저 실현되는 혁신 도시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시민들이 과학기술의 진보와 투자 성과를 가장 먼저 체감하고 고마워할 수 있으며 모두가 부러워하는 그런 스마트한 도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웃 일본에서는 한 자동차 기업이 비록 소규모이나 그러한 미래 도시를 건설하겠다고 최근 CES 2020에서 공개한 바 있는데, 대전시와 대덕연구단지가 협력한다면 더욱 손쉽게 그보다 나은 미래도시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기술과 대전시에 대한 우리 모두의 관심과 애정이 중요하며 이러한 비전과 노력이 현실화될 때 대전은 비로소 진정한 과학도시라고 할 수 있으며 대덕연구단지도 우리 대전시민의 자긍심이자 자랑거리가 될 것이다. 이대성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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