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유병림, 이성순 주무관.
왼쪽부터 유병림, 이성순 주무관.
대전시 상수도사업본부 송촌정수사업소 유병림(58·공업7급) 주무관과 이성순(43·〃) 주무관이 국내 최초로 원격 자동제어 여과팽창률 측정기기를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 두 공무원은 사업소에 남아도는 물병 뚜껑을 재활용하는 기지를 발휘해 개발비용은 한푼도 들이지 않았다.

여과팽창률 측정기기는 수돗물 생산공정 중 하나인 여과지에서 모래층을 세척할 때 사용하는 기기다. 정수장에서 미세한 이물질을 제거하는 공정인 여과지는 90㎝ 모래층과 20㎝ 자갈층으로 이뤄져 있는데 여과가 지속될수록 모래층 내 이물질이 쌓여 주기적으로 세척해 줘야 한다.

문제는 정수공정 역방향으로 공기와 물을 흘려보내 이물질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모래층이 과도하게 팽창하면 모래가 세척수와 같이 떠내려가 유실되고 반대로 약하게 팽창하면 이물질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장직원 2-3명이 팽창률을 수동 측정하고 조작해 최적의 세척효율인 20-30%의 팽창률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었다. 유병림 주무관은 "인력과 장비는 제한돼 있는데 여러 사람이 붙어서 팽창률 수동 측정을 하다보니 매번 번거로움을 느꼈다"며 "직원 혼자서도 효율적으로 일을 하는 방법을 찾고 싶어 개발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수개월여 설비를 만들어 모의시험을 하고 실패를 거듭하던 중 사업소에 쌓여 있던 잇츠수(It`s 水) 병 뚜껑이 눈에 들어왔다. 잇츠수는 대전시의 수돗물 브랜드로 송촌사업소에서 매일 수만 병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성순 주무관은 "근무 중인 사업소에서 잇츠수를 생산·공급하고 있어서 재활용 병 뚜껑은 남아도는 자원 중 하나"라며 "유 주무관과 큰 예산을 들이지 않는 개발방식을 집중적으로 토의하면서 병 뚜껑을 활용해 보자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두 공무원은 잇츠수 병 뚜껑 120개를 회전계단 모양으로 조밀하게 배열해 실험한 결과 전력비는 물론 여과사 유실량 감소효과를 확인했다. 원격 자동제어와 함께 정확한 데이터 측정·활용도 가능하다고 이들은 부연했다. 상수도사업본부는 앞으로 성과분석을 통해 특허를 출원하고 국내 다른 정수장에도 이번 기술을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정무호 상수도사업본부장은 "본부 직원들은 안전하고 효율적인 수돗물 생산을 위해 현장에서 항상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며 "시민들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수돗물을 공급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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