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진자 증가에 따른 공포 확산에 이어 가짜뉴스까지 범람하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에서도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의 시민의식이 빛을 발하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귀국한 교민들의 격리시설로 아산과 진천이 선정됐을 때만 해도 반발이 심했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이를 받아들이고 격려와 성원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의 이런 성숙한 자세는 국민의 안전까지도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는 정치권과는 마냥 다르다. 선거 유·불리나 따지는 정치권으로선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당초 아산과 진천 주민들의 격리시설 반대는 민주적이지 않은 선정 절차 때문이었지 무조건 싫다는 이기적 발상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 천안으로 결정됐다가 아산과 진천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오락가락한 대처에 화가 났던 것이다. 그래서 트랙터로 진입로를 가로막고 행안부 장관과 충남지사 등에게 달걀세례를 안기는 등 과민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결정되자 주민들의 태도는 바뀌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지고 있는 `우리가 아산이다(We are Asan)` 캠페인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아산에서 편히 쉬었다 가시라는 손글씨 팻말 사진은 막연한 공포를 잠재웠다. 양승조 충남지사의 현장 집무실 설치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할 것이다. 그는 지난 달 31일부터 격리시설인 경찰인재개발원 정문에서 200m 가량 떨어진 곳에 숙소와 집무실을 마련해 주민과 함께 하고 있다.

힘을 모아 국난을 극복하는 우리의 전통을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를 맞아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SNS를 통해 번지는 `우리가 아산이다` 캠페인은 마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당시 너도 나도 모으기에 동참했던 장면을 연상시킨다. 환난상휼(患難相恤: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서로 돕는다)의 정신적 유산과 기억을 갖고 있는 한 이번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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