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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밭춘추] 내가 그리는 색

2020-01-31기사 편집 2020-01-31 07: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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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김주원 극단 백 개 무대 대표 (극작가·배우)
모든 사람에게는 자기만의 색깔이 있다. 연극을 하다 보면, 특히 신인 극작가나 연출가들에겐 자기 색깔을 찾는 게 중요한 일로 여겨질 때가 많다. 하지만 정작 작업을 하다 보면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 자체에 대한 고민이 워낙 커서 색에 대한 고민은 할 새도 없다. 하지만 등단 후 서너 개쯤의 희곡이 공연으로 올라가면서 내 색깔에 앞서 이상한 특징을 발견하게 되었다. 일부러 그렇게 쓴 것도 아닌데 초반 작품들이 모두 부재중이거나 무능력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버지의 부재가 컸던 '사월의 장례식'은 먼 친척의 장례식에 갔다 느낀 것을 희곡으로 만든 것이었고, '아버지의 집'은 나의 근원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현재의 괴로움. 무능력한 아버지가 나온 '팬지'는 가족을 국가에 빗대,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지 못하고 오히려 자기가 지켜야 할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부조리한 모습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었다. 보편적으로 공감하기 가장 쉬운 소재가 가족이라 생각해 선택한 방법들이었는데 그게 실제 내 이야기로 혼동이 될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 했었다.

그리고 우습게도 어느 순간,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그 사람의 실제 모습을 그리고 있는 나를 보게 되었다. 배우와 그 연기를 혼동하는 것은 작가를 작품과 혼동하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판단이라고 생각했었던 나인데, 나 역시 한때는 섭섭했던 오해들을 누군가에게 씌우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연극뿐만이 아니었다. 미술이나 음악에 종사하는 분들의 생각도 비슷했다. 그 사람의 예술에는 그 '사람'이 담기기 마련이라고. 그리고 그것이, 예술가들이 자기에게 자연스레 입히고 있는 색깔일 것이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색깔은 내가 입히지만 내가 입히는 게 아닌지도 모른다. 내가 원하는 대로 칠해지는 색이 아니라 내가 사는 그대로 칠해지는 색일테니.

나는 내 글에, 내 연극에 어떤 색을 입히고 있을까. 내 삶을 한 번 더 돌아보게 되는 밤이다. 그리고 굳이 욕심을 부리자면 내 인생의 모든 시기가 모두 다른 색으로 입혀지길 바라본다. 그 끝에 가선 결국 한 가지 색깔로 남을지언정, 일단 오늘 밤만큼이라도 저 어둠에 컬러풀한 꿈을 그려본다. 김주원 극단 백 개의 무대 대표 (극작가·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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