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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광장] 검찰 목 비틀어도 진실은 드러난다

2020-01-31기사 편집 2020-01-31 07: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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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권력' 수사팀 공중 분해

첨부사진1송연순 편집부국장 겸 취재 1부장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를 통과한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법 시행과 관련해 언급한 것으로, 세부적인 사항을 조정하는 것이 더 힘들다는 의미다.

일을 할 때는 철저해야 하고, 세부사항이 중요하다는 의미의 '신은 디테일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는 말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개혁의 큰 틀은 잡았지만 이들 법안의 시행 과정에서 취지가 퇴색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개혁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한다. 하지만 최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법무부의 고위직과 중간간부 인사는 '누구를 위한 검찰 개혁인가 '라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검찰 개혁보다는 검찰 무력화를 통해 권력형 비리사건에 대한 수사를 원천 차단하려는 의도로 추진되고 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지난해 7월 25일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 당시만 해도 청와대와 여권은 검찰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표출했다. 하지만 검찰을 바라보는 청와대와 여권의 시각이 불과 6개월 만에 완전히 바뀌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며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라고 당부도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윤 총장은 권력에 굽힘 없는 강력한 원칙주의자"라며 "각종 권력형 비리 수사 과정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뒀고, 부당한 외압에도 결코 굴복하지 않는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큰 믿음을 줬다"라고 치켜세우기까지 했다.

하지만 검찰의 칼끝이 청와대와 여권 인사의 비리를 겨누자 종전 태도에서 180도로 변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 인사 과정에서 발생한 검찰의 항명은 그냥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윤 총장을 향해 "항명이 아닌 순명해야 한다"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청와대를 겨냥한 검찰수사 무력화를 위해 이른바 '윤석열 사단'의 검사장급 이상 고위직과 중간 간부들을 싹 물갈이하면서 검찰과 청와대·법무부 간 갈등은 돌이킬 수 없게 됐다.

검찰개혁은 살아있는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출발점이다. 그런데 법무부와 여권은 검찰이 현 정권에 순응하지 않는 것을 문제 삼으며 '항명'이라는 프레임을 덧씌운다. 자신들의 비리를 수사해 온 검찰 수사팀을 공중분해시켜 놓고 이에 반발하는 검찰을 '항명'으로 몰아 감찰까지 언급하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했던 윤 총장이 좌천됐을 당시 야당 의원이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제대로 수사하는 검사를 내치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사 결과가 나올 수 있겠느냐"며 "대통령에게 잘 보이려 온갖 애를 쓰고 있다"라고 법무부 인사를 비난했었다. 말 그대로 '추로남불'이다. 집권 여당은 전 정권의 비리를 수사했던 윤 총장을 향해 "권력의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강직함을 보여줬다"며 한껏 치켜세우다 이제는 자신들을 겨냥하자 "오만방자하니 엄히 다스려야 한다"라고 말한다. 겉으론 '검찰 개혁'을 외치고 있으나 속으론 '검찰은 권력의 시녀'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문재인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촛불 혁명'에 의해 탄생한 정부임을 내세우며 정의와 공정을 강조한다. 검찰총장의 핵심 참모들을 날리면서 내건 명분은 '검찰 개혁'이다.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도 파헤치도록 만드는 것이 검찰 개혁의 핵심이다. 법을 위반한 의혹이 있다면 누구든 그것에 대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유무죄를 법정에서 다투는 것이 민주주의이며, 또한 법치주의다. 정치권력에 의한 검찰 무력화는 권력의 독주와 법치의 와해를 낳게 된다. 더욱이 견제 없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이 오는 것처럼. 검찰의 목을 비틀어도 진실은 드러날 수밖에 없다. 송연순 편집부국장 겸 취재 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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