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황우 한밭대학교 교수.
노황우 한밭대학교 교수.
대학 교육의 역할은 학생들 스스로 역량을 키우고 진로를 개척하여 사회를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교수 대부분과 학생들은 전공지식을 익혀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기로 알고 있다. 오늘날 대학에서 올바른 시민의식과 책임감을 배울 기회는 점점 없어지고 있으며 학생들도 공공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장기적인 시야보다는 단기적 시야에 머물러 있다. 또한 `대학의 위기는 지역의 위기`라고 말을 한다. 대학의 역할 중 또 다른 하나는 지역인재를 양성하여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과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것이지만 아직도 지역대학의 수도권 인재 유출은 심각하고 지역상생은 멀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대학에서 올바른 시민의식과 책임감을 배우고 지역사회에 이바지할 방법은 없을까. 그 해답은 학생의 전공 지식을 사회봉사에 접목한 수업 방식인 `서비스 러닝(Service-Learning, SL)`에 있다.

서비스 러닝은 100년 전 교육학자인 존 듀이(John Dewey, 1859-1952)의 `학교와 지역사회의 복지증진을 둘이 아닌 하나로 보았던 교육철학`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그리고 1990년대 후반 그 교육 이념이 초·중등교육에 접목돼 미국 전역으로 퍼짐으로써 서비스 러닝으로 구체화 되었다. 서비스 러닝은 자발적 봉사활동을 수업과 연계하여 잘 설계된 봉사활동을 통해 사회발전에 이바지하며 의미 있는 학습을 끌어내는 교육방법이다. 현재 서비스 러닝은 단순한 봉사활동에서 그치지 않고 전공지식을 활용한 재능기부로 지역 문제 해결하는 수준까지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필자는 서비스 러닝이 학생들에게 봉사의 계기를 만들어주는 한편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는 대학과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교육으로, 오늘날의 모든 대학에서 필수과목으로 개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요된 봉사의 부작용을 우려해 서비스 러닝을 필수 과목이 아닌 선택과목이나 교양으로 정한 대학도 있지만 교수, 학생들의 의식변화를 위해서는 필수과목으로 개설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4년간 `디자인 재능기부 프로젝트`를 통한 서비스 러닝 경험에 따르면, 학생들은 학교 외부에서 수업하는 것에 대해 흥미가 있었으며 수업에 대한 참여도와 만족도가 아주 높았다. 물론 처음에는 프로젝트를 맡긴 기업이나 단체 직원들과의 미팅을 낯설어하기도 하고 팀원 간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금세 적응하여 전문가처럼 토의를 주도하였고 팀원들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갔다.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는 스스로 기업이나 단체에 연락하거나 직접 방문하여 해결하려는 적극성도 보였다.

서비스 러닝에 참여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수업을 통하여 얻은 가장 큰 효과는 전공의 이해도와 협동능력의 향상이었고 그 다음으로는 의사소통능력향상, 전문지식향상, 실무능력향상 순이었다.

서비스 러닝은 교실에서의 이론 학습과 현장 직무 간의 통합을 통해 이론과 실제의 불균형을 극복하는 데 효과가 있었으며 단순한 자원봉사나 재능기부를 넘어 전공 실무에 대한 경험치를 확대하여 교실에서 현장으로의 전이(school to work)시키는 역할도 했다. 또한, 서비스 러닝은 참여한 학생들에게 `내가 배우고 있는 전문지식을 통해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다`는 의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변화는 훗날 전문가가 됐을 때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끼게 하고, 전문가의 길을 포기하지 않게 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4차산업 혁명의 핵심은 `교육혁신`이며 `인재양성`이라고 한다. 대학에서의 교육혁신은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 러닝을 통해 시작되어야 한다. 서비스 러닝은 교실 안에서 배운 지식과 서비스 활동을 통합하여 지역사회에 참여하는 `대학과 지역사회의 상생 교육`으로 학생들이 시민의식과 책임감을 배워 지역사회의 리더로 커 나가는 데 중요한 교육적 경험이 될 것을 필자는 확신한다.

노황우 한밭대 시각디지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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