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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헌 칼럼] 국민은 안중에 없는가

2020-01-30기사 편집 2020-01-29 18: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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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김시헌 논설실장
법무부와 검찰의 충돌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대한민국의 법과 질서를 수호하는 최고 국가기관끼리 입만 열면 내가 옳으니 네가 잘못했느니 티격태격하고 있으니 말이다. 법무부와 검찰의 다툼을 보노라면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본질은 뒷전으로 밀리고 갈등과 대립이 판을 치는 모양새다. 국민을 위하기보다는 조직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안달하는 이기적 집단이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든다. 그들만의 파워게임에 멍드는 것은 국민이라는 사실을 저만치 잊어버린 듯하다.

현재의 충돌 양상이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를 한 축으로 하고 검찰이 대척점에 서 있는 것으로 비쳐지는 배경엔 검찰권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과 시각차가 자리하고 있다. 역대 정부들도 검찰 개혁을 시도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검찰 특유의 조직 논리와 결속력은 때로 정권을 뒤흔들었기에 쉽게 손을 보지 못한 것이다. 그런 검찰 개혁은 문재인 정부의 첫 과제였다. 검찰이 막강한 권력을 허투루 쓰면서도 스스로 개혁할 의지나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게 문재인 청와대의 기본 생각이었다. 외부의 충격이 아니고서는 바로잡을 수 없다는 청와대의 시각은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져 공수처 설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 등 검찰 힘빼기로 나타났다. 반면 검찰은 청와대의 강력한 드라이브의 진정성은 물론 방법에도 문제가 적지 않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이 성역 없는 수사를 언명했음에도 정권 치부에 다가서는데 대한 검찰의 칼날을 무디게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토로하고 있다.

이런 양측 충돌에 불을 댕긴 것은 아무래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일련의 검찰개혁법안이 국회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와중에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되면서 검찰의 힘을 빼려는 법무부와 이에 저항하는 검찰 간 마찰이 도드라지기 시작했다. 학자 시절 검찰 개혁을 부르짖고 민정수석으로 이를 주도하던 그가 법무부 장관이 됐으니 충돌은 필연이었던 셈이다. 이후 그의 행보는 검찰 권력의 유지냐 축소냐의 갈림길을 상징했고 검찰은 현직 법무장관에 대한 수사와 기소로 맞서면서 정권과 검찰의 대결로 치환됐다.

조국 체제에서의 충돌은 뜻하지 않게 우리 사회에 공정과 정의, 특권과 반칙에 대한 화두를 던지면서 국론 분열로 이어졌다. 그 양상은 추미애 장관 체제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검찰 인사권을 놓고 벌이는 공방은 낯부끄러운 정도다. 항명이니 거역이니 하는 날선 언사를 토해내며 적대적 감정까지 드러내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지 않았나 싶다. 게다가 조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둘러싼 논란은 코미디를 방불케 한다.

그러나 그들이 놓친 게 있다. 국민들로선 검찰공화국이란 말이 회자될 정도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온 검찰에 대한 개혁도 절박하고 성역 없는 수사도 필요하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여기서 누가 수사의 주체가 되고, 누가 기소하느냐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정도와 신뢰의 문제이지 그 자체가 본질은 아닌 것이다.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바탕으로 법에 정해진 절차와 법리에 따라 진행하면 그만이지 권력기관끼리의 밥그릇 다툼에는 관심이 없다는 얘기다.

국가기관이라고 해서 모두 일사불란한 대오를 유지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서로 다른 견해를 바탕으로 합을 이뤄가는 것은 건강한 사회, 조직을 만들어가는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본질을 뒷전으로 미뤄둔 채 조직 운영의 절차와 해석상 견해를 놓고 권한다툼이나 하는 법무부와 검찰의 행태는 조직 이기주의에 다름이 아니다. 수개월째 지속되는 그들의 파워게임에 국민들의 피로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제 신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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