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길 사진전 '질료들의 재배치' 2월6일-3월 31일 대전일보사 1층 랩마스 Art

안개, 하늘 등 자연 그 자체의 본질과 여백의 미학을 사진에 담아온 민병길(61) 작가의 사진전이 대전에서 열린다.

민 작가의 사진전 `질료들의 재배치`展을 다음 달 6일부터 3월 31일까지 대전일보사 1층 복합문화공간 `랩마스(Lab MARs) Art`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민 작가는 `안개`와 `물` 작품 15여 점을 선보인다.

충북 청주를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민 작가는 `공간`에 주목해왔다.

그의 사진 작품은 동양의 수묵화를 해석한 듯, 여백의 미를 흑백 필름을 통해 잔잔히 드러난다.

독특한 인화 과정으로 제작한 실험적인 사진 작품은 복제품으로서 사진이 아니라 예술작품으로 승화된다.

그의 작품에서 여백은 대체로 수묵화에서 보여지는 신비한 공간이다. 안개, 물, 하늘 등이 담긴 빈 공간은 지평 혹은 수평을 구분하지 않는다. 관점에 따라 하늘 혹은 바다로 보여지기도 한다. 탐색의 공간이다. 그래서 빈 공간이 아닌, 꽉 찬 공간이다.

민 작가는 "여백으로 보이는 부분은 사실은 비어있음 이 아니라 안개가 가득 차있는 부분"이라며 "그 안개를 표현하기 위해 낮게 포치 시켜놓은 대상들이 눈에 띄는데, 여백과 허공으로 보이는 부분이 내가 얘기하려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존재 자체, 질료(hyle)에 주목했다.

전시명인 `질료들의 재배치`는 자연물 그 자체의 질료에 작가의 경험이 더해진 관점으로,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다.

민 작가는 "질료(hyle)보다는 물질(matter)이라하면 이해가 더 쉬운데, 이는 재료(material)가 되기 전의 상태를 이르는 것이다"라며 "아리스토텔레스의 관념에 의하면 질료는 재료이며 이것에 형상이 가해짐에 따라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물질이 된다 한다. 여기서의 형상은 `form`이다. 결국 모든 `생겨남`은 어떤 질료를 전제로 한다는 말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질료들의 재배치`는 결국 작품이 되기 전의 자연물들, 이를 테면 안개, 물, 바람 등이 `metter`가 되고, 그것들과 인식적 경험이 더해져 또 다른 하나의 물질(작품)을 만들어진다고 생각해 명명했다"고 덧붙였다.

그의 작품 주제는 `자연물`이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 중에서 숨(실제로 살아있는 생명들)을 가지고있는 존재를 제외한 모든 것이 그의 카메라에 담긴다.

"이미 존재 자체로서 완전체로서의 모습을 갖춘 꽃, 나무 등의 자연물을 책갈피에 넣어 누른 압화나 어릴 적 과제로 받았던 식물 채집 등의 행위들이 학습 뿐이 아닌 사물에게 영속성을 주기 위한 욕망을 충족시키는 박제화는 아니었을까. 제가 생각하는 존재란 나를 둘러싸고있는 모든 환경들과 다른 존재들과의 공존관계에서 오는 인식적 경험까지 더해져야 `나`라는 존재가 만들어 지는 것은 아닐까요. 결국 존재란 모두 함께 있어야 존재한다 할 수 있겠죠."

민 작가는 대상을 표현함에 가능하면 그것들의 본래 모습(개인의 생각으로 방해받지 않는)을 그려낸다.

그는 "사진으로 표현된 이미지는 오브제로서의 역할일 뿐, 그것이 실체일 수 없다"면서도 "그 아름다운 사물들을 질료로 하고 아름다운 행위들을 인식적 경험의 질료로 해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것 또한 예술의 역할이다"이라고 강조했다.

민 작가는 "난해한 이론과 철학으로 무장된 현대 미술 속에서 아마도 늘 봐오던 풍경에서 익숙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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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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