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 갭투자' 따른 가격 거품 경계해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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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세 달 만에 1억-2억 원이 오르는 걸 보면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하나 고민입니다. 더 올라가기 전에 사야 한다는 주변의 조언도 있지만 상투를 잡을까 불안해 선뜻 매수하지 못하고 있어요."

1년 넘게 이어지는 대전지역 아파트값 상승세를 보며 불안감을 느낀 무주택 시민의 걱정거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시세 차익의 기대감 보다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대전지역 아파트값은 `자고 나면 오른다`는 말처럼 연일 상한가를 갱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KB부동산 리브온의 월간 KB주택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대전 주택 매매가 상승률은 전달 대비 1.19% 상승해 4개월 연속 서울은 물론 전국 시도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한국감정원 주간 아파트 매매수급지수에 따르면 대전지역은 지난 20일 기준 109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전국 평균은 94, 서울 강남지역은 106.1을 각각 나타냈다. 매매수급지수는 기준점인 100을 넘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중구에 거주하는 60대 김모 씨는 "자식들이 다 출가해 혼자 사는 단독주택을 팔고 중소형 평형대 아파트를 매입하려고 했는데 1년 사이 1억 원 이상 올라 버렸다"며 "대출을 받아서 라도 집을 살까 말까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바뀐다"고 토로했다.

지역 부동산업계에서는 비규제지역으로 꼽히고 있는 대전의 상승세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조심스럽게 관측하면서도 신중한 매수를 주문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를 피한 비조정지역 등에서 전국구 투기세력이 집값을 올리고 불안해진 실수요자가 추격매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둔산동 목련아파트 인근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서구지역의 주요 아파트는 매물이 하나 나가면 집값이 올라가고 또 팔리면 올라가는 중"이라며 "작년 하반기에는 집을 보지도 않고 계약금부터 보내겠다는 외지인 투자자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유성구의 한 공인중개사도 "대전 지역은 서울과 세종시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를 덜 받으며 외지 갭투자자들에게 좋은 먹잇감으로 사실상 지난해 여름부터 매물을 싹쓸이 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외지 투자자가 올려놓은 집값은 결국 집이 필요한 실수요자가 잡을 수밖에 없는데 지나치게 오른 집값은 결국 실수요자인 대전시민이 부담을 떠안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남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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