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느낌의 시간]페터 한트케 지음/ 김원익 옮김/ 이상북스/ 280쪽/ 1만 4800원

진정한 느낌의 시간
진정한 느낌의 시간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파격적인 문학관과 독창성으로 지난 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페터 한트케의 두 작품이 출간됐다.

중편소설 `진정한 느낌의 시간`(1975)과 희곡 `우리가 서로 알지 못했던 시간`(1991)을 한 권으로 묶은 이 책은 시간에 대한 두 가지 시선이다.

"낯설고 기발한 언어로 인간 경험의 섬세하고 소외된 측면을 탐구한 영향력 있는 작품들"이라는 평으로 지난 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페터 한트케의 이 두 작품은 인간의 실존적 외로움과 불안을 각각 `진정한 감각이 깨어나는 시간`과 `무심함에서 화합과 화해로 나아가는 시간`으로 극복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진정한 느낌의 시간`의 주인공 그레고르 코위쉬니히는 파리 주재 오스트리아 대사관의 언론 담당관이다. 그는 어느 날 밤 살인자가 되어 어느 여인을 죽인 뒤 그 시신을 나무상자에 넣어 유기하는 꿈을 꾼다. 이 순간부터 그의 삶은 무의미해지고 주위의 모든 것들이 멀게만 느껴진다. 그에게 돌이킬 수 없는 어떤 일이 일어났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매일의 일상을 보내고, 모든 관계를 이어 나간다. 길을 잃었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는 그는 주변의 모든 것을 관찰하며 `진실한 느낌`을 찾는다. 과연 그가 바라마지 않던, 정말 자신이 살아 있음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진정한 느낌의 시간`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가 서로 알지 못했던 시간`의 무대는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가는 임의의 광장이다. 이곳으로 총 450여 명의 인물들이 등장해 각각 다른 행동을 하며 오고 간다. 그들은 혼자이기도 하고 부부나 두 사람의 친구이기도 하며 세 사람이기도 하며 그 이상으로 이루어진 그룹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에는 주인공도 없고 조연도 없다. 등장하는 인물 하나하나가 모두 주인공이다. 또 등장인물 개개인의 행동을 에피소드식으로 서술했기 때문에 줄거리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관객들은 점점 등장인물들에게 매료되며 미로 같은 수많은 에피소드 속에 꼭꼭 숨은 주제에 이르게 된다.

한트케는 한국에서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그의 실험적인 희곡 `관객 모독`도 같은 해에 출간되어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그는 내용보다 서술을 우선하는 실험적인 작품으로 다수의 혹평과 소수의 호평을 받다가 1970년대 들어 자기만의 방식으로 전통적인 서사를 회복한다. 그렇게 해서 나온 첫 작품이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이다. 독일어로 쓰인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라는 평을 받은 이 작품은 1972년에 거장 빔 벤더스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그는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1967년 게르하르트 하웁트만 상을 시작으로 매년 권위있는 상을 휩쓸었다. 2001년 블라우어 살롱 상, 2004년 시그리드 운세트 상, 2006년 하인리히 하이네 상 등 많은 상을 석권했으며,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며 마침내 지난해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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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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