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보수 정치의 상징적 인물로 꼽혀온 이완구 전 총리가 어제 전격적으로 4·15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간 그의 출마가 기정사실로 여겨졌다는 점에서 예상을 깨는 선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반대 방향의 결론에 이른 이유는 불출마 입장문을 보면 상당 부분 유추가 가능하다. 그는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세대교체와 함께 인재충원의 기회를 활짝 여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고 썼다. 이어지는 뼈있는 고언과 상관 없이 이 구절에 그의 불출마 결심의 `시작과 끝`을 관통하는 메시지가 응축돼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 전 총리의 불출마는 충청 정치의 일역을 담당했던 한 세대가 막을 내리는 것으로 의미가 확장된다. 그가 자리를 비켜줌으로써 지역 정치자원들의 세대교체 물꼬가 터진 것에 비유할 수 있고, 이는 여야를 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전 총리의 경우 출마를 고집했을 수도 있었고 깃발을 잘 꽂으면 승산이 높은 인물이었다. 국회의원 1석 다툼 차원을 넘어 충청 권역 판세까지 내대본다면 그는 총선의 필요적 카드로 분류되는 측면이 있었다. 정파 논리나 진영구도를 떠나서도 유력한 정치인을 보유하는 것은 권역의 자산임을 부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할 수 있다. 일례로 지난 2009년 말 이 전 총리는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해 충남지사직을 버리는 결기를 보인 바 있다. 이후 그의 정치적 체급과 몸값이 동시에 뛰었음을 기억한다. 물론 이 전 총리가 입장문에서 강조점을 찍은 세대교체 담론에는 상당한 설득력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 이 전 총리 연령대들이 현역으로 활동하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조기 퇴진`의 아쉬움으로 인해 지역민들이 감정이입하는 지점이 있음을 부정하지 못한다.

이 전 총리는 평생의 업이라 할 수 있는 현실정치와 고별하고 시민의 삶으로 돌아갔다. 시기적·명분론적으로 합당한 결말로 평가되면서 여운까지 남겼다면 이만한 `물러남의 미학`도 없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