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지역 대학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등록금을 동결하고 나섰다는 소식이다. 새 학기를 맞아 학부모와 학생 입장에선 반갑기 그지없으나 대학 측은 등록금 동결·인하가 11년째 이어지면서 재정운영에 어려움이 크다고 한다. 정부는 아직도 대학 등록금이 학부모에겐 부담이라며 동결 시그널을 보내고 있어 대학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닌 듯하다.

전국의 대학들이 11년째 동결된 등록금을 법정 한도 내에서만이라도 인상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정부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부 재정지원을 받아야 하는 대학으로선 정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동결 내지는 인하에 나섰다. 대전권 대학들이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열고 이를 동결하거나 입학금 인하에 나선 배경이다. 충북의 대학들도 등록금 동결 대열에 합류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등록금 동결이 장기화되면서 대학의 볼멘소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고 한다. 대학의 주요 수입원이 줄어들면서 재정운영에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연구부문 투자까지 줄이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입학생까지 줄어들 것이 뻔해 대학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09년부터 시행된 반값 등록금 정책으로 대학의 운영수지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해 사립대 한 곳당 평균 12억여 억 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대학의 사정을 그대로 대변한다. 등록금으로 얻는 수입보다 지출이 더 커지면서 해마다 적자 규모가 늘어 대학마다 비상경영 체제로 돌아선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

정부가 대학의 재정 상황보다는 학부모와 학생의 학비 부담에 더 많은 무게를 두고 있는 만큼 한동안 등록금 인상은 쉽지 않아 보인다. 대학 현장에서 우려하는 건 교육과 연구의 질적 저하뿐 아니라 교육환경도 나빠질 거란 점이다. 대학의 재정 악화는 결국 교육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서둘러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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