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한국 경제가 우한 폐렴 사태로 인해 성장률이 더뎌질 새라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때도 한국 경제에 급제동이 걸린 바 있어 더욱 예의주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27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중국발 원인 불명 폐렴 현황 및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사스는 2003년 2분기 우리나라의 GDP 성장률을 1%포인트(연간 성장률 0.25%포인트) 내외 하락시킨 것으로 추정됐다. 1999년 이래 계속 증가하던 양국간 관광객 수도 주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 방한한 유커 수는 51만 2768명으로 전년(53만 9466명)보다 약 2만 7000여명 감소했다.

경기 회복세가 아직 뚜렷하지 않은 가운데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 우려는 한국 경제에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은 `2019년 4분기 및 연간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발표해 한국이 지난해 4분기 1.2% 성장했고 민간소비·투자·수출 부문 등의 증가세가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활력을 되찾으려 하던 경기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올해 2.4%의 성장률을 목표로 하고 있던 정부의 구상에도 제동이 걸렸다.

우선 한국을 방문하는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줄어들며 여행·관광·유통업계 등에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우한 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자국민의 해외 단체여행을 제한하기로 결정하면서 `유커 경제효과`가 감소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유커는 약 501만명으로, 전체 해외 방문객(1459만 명)의 34.3%에 달한다.

네 번째 확진 환자가 나온 국내에서도 앞으로 우한 폐렴이 확산된다면 국내 소비·여가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사태가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기 전에 조기 진화하기 위해선 민·관의 협동이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

KIEP 관계자는 "한국정부는 과거 사스를 예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검역을 강화하고, 민간연구진들과 합동해 효과적으로 사스 사태를 이겨낸 경험이 있다"며 "이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대책을 사전에 점검하고, 중국정부와의 정보교환 채널을 마련해 긴밀하게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이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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