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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영업자의 고통

2020-01-23기사 편집 2020-01-23 07:5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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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취재2부 이수진 기자
자본주의가 태동하던 19세기.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삶은 고통의 연속"이라며 자본의 허영과 모순을 냉철히 간파했다. 그가 이 세상을 떠난 지 160여 년이 지난 오늘 날, 우리는 아직 그의 주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최근 대전 지역 상가를 돌아다니며 만나본 자영업자들은 저마다의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었다. 젊은 시절의 열정과 맞바꾼 퇴직금을 쏟아붇은 사장님, '우리 딸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부모님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자 하루하루를 버티는 사장님, 어느 하나 "견딜만 하다"고 말하는 이가 없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바뀌어져 있는 옆집 간판에 '나도 조만간 저렇게 되겠지'라며 간담이 서늘해지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적자를 견뎌내면서도 매일 아침 가게를 연다. '혹시라도 오늘은 손님이 많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에.

장기화된 경기 침체, 높은 임대료, 심화되는 업체 간 경쟁이 지역 자영업자를 좀먹고 있다. 그 중에서도 업자들은 높아져가는 인건비를 견딜 수 없다고 고충을 털어놓는다. 본인 인건비조차 챙기지 못하고 있다며 하소연을 한다.

최근 2년 새 최저임금은 크게 두 번 올랐다.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16.4%(7530원), 10.9%(8350원)씩 인상됐다. 1989년 한국에서 최저임금으로 처음으로 시행된 이래 1989년(26%), 1991년(18.8%), 2000년(16.6)에 이어 4번째로 높은 인상률이다. 혹자는 전례가 있기 때문에 이번 인상도 큰 문제는 없지 않냐고 얘기한다. 하지만 가만히 있어도 최저임금이 올라갈 만큼 호경기였던 과거와 지금은 다르다. 경기 둔화는 계속되는데 높아져만 가는 임금은 자영업자가 갈수록 힘들어지는 배경이다. 이번 정부의 공약대로 최저임금 1만원대를 달성하려면 매년 두 자릿 수 성장대를 기록해야 한다. 현장에서 자영업자들은 소리없는 아우성을 보내고 있지만 과연 그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닿고 있는지 의문이다.

서두에 언급한 쇼펜하우어는 "결국 고통은 삶의 목적"이라고 얘기한다. 인간에게는 욕망이 있고 그것을 채워지면 행복, 아니면 고통이다.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고자 하기에 우리는 고통스럽다. 현 정부의 행복은 자신들의 목적 달성에 있는가,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데 있는가. 무엇이 됐든 우리는 여전히 쇼펜하우어의 주장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한 채로 힘겹고 처절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이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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