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과 새보수당의 당 대 당 통합 협의체가 어제 가동에 들어갔다. 지난 9일 출범한 한국당 등 보수 정당과 시민단체 차원의 혁신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와는 별도로 양당 간 협의체가 본격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이로써 보수 통합은 통추위와 양당 협의체 등 투트랙으로 진행되면서 보다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하지만 총선 승리라는 목표로 진행 중인 보수 통합이 그리 녹록치는 않아 보인다. 통합의 방식, 공천권 행사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은데다 시간까지 촉박해서다.

보수 통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있다. 희생과 감동, 보수의 가치를 재정립하는 일이 그것이다. 한국당과 새보수당은 원래 한 뿌리다.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으로 당선됐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를 맞아 분열한 것일 뿐 지향점이 그리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갈라서야 했던 이면에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공천 학살이 자리하고 있다. `친박`을 넘어 `진박 감별사`까지 등장하면서 계파갈등과 감정을 자극했고 당은 망가졌다. 그런 두 당이 단순 결합을 넘어 화학적으로 융합하려면 서로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과감한 인적 쇄신과 공명정대한 공천권 행사를 위한 기득권 포기가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또 하나는 보수의 가치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점이다. 낡고 구태의연한 보수에서 벗어나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보수의 면모를 보여야 관망하는 중도세력을 유인할 수 있다.

진보와 보수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우리 정치가 건강하고, 생산적인 국회가 되려면 진보와 보수, 여야의 견제와 균형이 필수다. 궤멸하다시피 했던 보수의 부활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양당 통합 협의체의 역할은 막중하다. 현역 위주의 한국당과 새보수당의 논의에만 매몰되면 도로 새누리당과 다를 바 없다. 통합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양당 외에 보수의 가치에 동의하는 세력을 포용할 큰 그림도 필요하다. 그 시작은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란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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