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문화 '1차만 간단히' 충청권 노래방 1년 새 80여 곳 문 닫아

일 우선에서 일과 삶의 균형 이른바 워크라이프밸런스(work-life balance·워라밸)이 자영업 상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직장인들의 회식문화가 바뀌면서 가장 많은 변화가 일어난 자영업종은 노래방이다.

과거 회식의 `종착지`였던 노래방은 2011년 정점을 찍고 내리막을 걷고 있다. 과거 자정을 넘어서까지 성업하던 노래방 대신 가볍게 1차 장소에서 끝나는 회식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부터다.

KB금융경영연구소가 국내 자영업 시장을 다룬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3만 5316개였던 전국 노래방 수는 점점 줄어들어 지난해 5월 3만 2796개가 됐다.

충청권에서도 노래방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국세청의 `국세통계 사업자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10월 기준 충청권(대전·세종·충남북)에서 운영되고 있는 노래방수는 3824개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대전이 1319개, 세종 143개, 충남 1212개, 충북 1150개 등이다. 각 지역별로 노래방은 줄어들고 있다.

대전의 경우 2018년 10월 1361곳이 영업하던 노래방이 1년 새 42개가 사라졌다. 같은 기간 충남은 32개, 충북은 5개의 노래방이 영업을 포기했다.

충청권에서 한 해 80여 개의 노래방이 문을 닫고 있는 셈이다. 이는 신규 창업보다 휴·폐업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노래방의 빈자리는 커피숍과 스크린골프장 등이 메우고 있다. 지난 해 10월 국세청 기준 사업자 통계에 따르면 대전 실내스크린골프장은 152곳이 영업 중이다.

서구가 가장 많은 63개 업체가 성업중이다. 이어 유성구(46개), 대덕구(16개) 등의 순이다. 2018년 10월 기준 대전에는 144개의 스크린골프장이 있었다. 1년 동안 8곳이 신규 창업했다.

충남은 2018년 10월 194개이던 스크린골프장이 2019년 같은 달 215개로 늘었다. 최근에는 새벽까지 회식을 이어가 다음 날 업무에 지장을 주기보다는 커피숍에서 술을 깨면서 회식을 끝내는 문화도 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커피음료점도 큰폭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전을 포함한 충청권에는 7328개의 커피음료점이 영업 중이다.

전년(2018년) 10월 기준 6143개였던 커피음료점이 1년 동안 1180여 개 많아졌다.

지역의 한 자영업자는 "노래방은 상권에 민감한 업종으로 상권 확장과 활성화에 큰 지표로 여겨진다"며 "직장인들의 회식 문화 변경 등이 전체 자영업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워라밸에 뿌리를 둔 소비문화 변경이 가져온 풍경은 눈 썰매장과 워터파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종전 대표적인 겨울 여행지였던 스키장 대신 영·유아 자녀와 함께 할 수 있는 워터파크 등을 찾는 가족단위 나들이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

직장인 정모(35)씨는 "아무래도 스키장은 안전성 등의 이유로 어린이와 함께 가기 힘든 측면이 있다"며 "요즘에는 눈 썰매장과 워터파크가 함께하는 관광지를 손쉽게 찾을 수 있어 자주 이용하는 편"이라고 말해 변화한 소비문화를 전했다. 김용언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용언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