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孔子)가 태산 옆을 지나가는데 어떤 부인 하나가 3개의 무덤 앞에서 슬프게 울고 있었다. 공자가 제자를 시켜 이유를 묻자 부인은 대답했다. "얼마 전에 우리 시아버지가 호랑이에게 죽었고, 남편이 또 호랑이에게 죽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 아들이 또 호랑이에게 죽었습니다." 공자는 왜 떠나지 않는가 다시 물었다. 부인은 "이곳에는 가혹하게 세금을 뜯어가는 관리가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답했다. 가혹한 정치, 곧 세금이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의 고사다.

한때 인터넷에 회자되던 한 대학생의 글이 떠오른다. 자신은 물려받을 재산이 `고작` 10억 원 정도 중산층 가정에 있는데 저소득 가정의 다른 학생들에 비해 장학금이나 주거 지원 같은 혜택에서 소외돼 있다는 푸념이었다. 오히려 세금을 더 많이 내는 사람이 불이익을 받는다며 분개하며 돈이 많다는 사실이 죄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세금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오해다.

세금은 기본적으로 수혜자 부담을 원칙으로 한다. 언뜻 세금을 많이 내는 고소득층은 자신이 낸 세금이 저소득층을 위해 사용되는 복지 재원을 보면 이상하다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돈의 움직임만 바라보는 단순한 시각에서 벗어나 국가라는 커다란 틀에서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소득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쓰이는 세금은 일부분이다. 세금은 도로를 깔거나 발전소를 짓고 공항을 만드는 등 사회간접자본을 쌓아올리는 데도 사용된다. 외국의 침략을 막는 군대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범죄로부터 선량한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경찰을 운영하기 위해서도 쓰인다.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빈자와 집과 차 등 많은 재산을 가진 부자 중 누가 더 국가 조직의 보호를 필요로 할까. 지킬 게 많은 이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위 학생은 나름 유명한 명문대학교에 다닌다는 점에서 장차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조직에서 상당한 지위를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 이가 이 정도 시야를 갖지 못한다는 점이 씁쓸하다.

과거에 피지배층이 세금을 낼 수 있게 해달라고 권리 운동을 벌인 사례가 있다. 징세를 부담한다는 것은 그 국가의 일원인 국민으로 인정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세금을 많이 낼 수 있다는 건 부러운 일이다.

이용민 세종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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