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지금 5천6백만km 떨어져 있는 화성의 토양과 암석 샘플을 가져올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반면 아폴로 프로젝트가 선포된 해인 1961년에 지각 아래 맨틀까지 뚫어보자는 계획(MoHole Project)이 미국 국립과학재단에 제안되기도 했지만 불과 땅 속 수십km 아래에 있는 맨틀을 직접 본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다.
땅 속에 무엇이 있고, 그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아내는 일은 매우 어렵다. 우선 땅 밑은 화성과 달리 눈으로 볼 수 없다. 화성은 매우 극한 환경이기는 해도 눈에 보인다. 일단 볼 수 있다면 멀리 있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쉽게도 땅속을 들여다 볼 수는 없다.
인류는 왜 땅 속을 보려는 걸까? 땅 밑에는 돈이 되는 광물자원이 묻혀있기 때문일까? 금, 은, 보석, 희토류와 같이 아주 적은 양이 묻혀있는 것도 있고, 석유, 가스, 석회석 등 많은 양이 매장된 것도 있다. 건물이나 도로, 자동차 등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거의 대부분의 인공물이 땅 밑에 묻혀 있던 것들을 꺼내 가공해서 만들어 낸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땅 밑이 어떻게 생겼는지, 무엇이 있는지,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볼 수 있다면 경제 효과는 물론 인명과 재산 피해를 막거나 최소화할 수 있다.
땅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지하영상화 기술은 매우 중요하다. 백두산 화산폭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마그마가 어디 있는지는 물론, 마그마에 어떤 변화와 움직임이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3차원 지하공간통합지도를 작성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땅 속에서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를 알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여의도 한복판 30cm 아래에 흙이 쓸려 내려가 빈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어도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 채로 그 위를 다니고 있다. 생각해보면 아찔하다.
3차원 지하영상을 한번 얻는데 그치지 않고 계속 시계열적으로 자료를 얻으면 땅 속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시간에 따른 변화 양상이 정밀하게 파악된다면 앞으로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 예측할 수 있다. 백두산 화산이 언제 분화될 것인지, 여의도 한복판 도로가 언제 꺼질 것인지도 알아낼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이미 지진, 백두산 분화, 싱크홀 현상 등 다양한 지질재해의 위험성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비하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백두산화산연구단을 새로 발족했다. 또한 오는 2022년까지 한반도 동남권의 지진위험성을 감지하기 위한 노력으로 땅 속 1km 깊이에서 변형율, 압력, 진동, 온도 등을 정밀 모니터링할 수 있는 관측소 6곳을 구축할 계획이다. 도심지 지질환경분야에 새로운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정밀 4차원 지하영상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땅 속에 대한 4차원 영상화 기술이 실용화되기 위해서는 그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더구나 땅속에서의 변화라는 것이 시간적으로 매우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기술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특히 인공지능(AI)이 아니면 감당하기 어려운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거의 실시간으로 처리되고 분석될 수 있어야 한다. 땅 속에서 벌어지는 미래 현상을 예측하는 4차원 지하영상화 기술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요소인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발달과 함께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다.
김광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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