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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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서구 용문동에 사는 박 모(40)씨는 주말마다 아들과 찾는 집 근처 체육관을 떠올리면 속이 쓰리다. 초등학생 아들과 배드민턴을 치며 주말을 보내려 체육관을 찾지만, 동호회가 시설을 차지하고 있어 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체육관을 점령한 동호회 눈치를 보며 구석에서 옹색하게 공을 주고 받거나 집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박 씨는 "공공체육시설을 이용하려면 한달 전부터 온라인으로 선착순 예약하도록 돼 있지만, 막상 체육관에 가보면 항상 같은 동호회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며 "말이 선착순이지, 인기 있는 날짜와 시간은 단체가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세금을 들여 지은 공공체육시설을 일부 동호회들이 점령하면서 일반 시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이들 동호회는 공공 체육시설을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장기 대여해 일반시민들의 이용을 제한하고 있는데다 일부 동호회는 강사 채용, 퇴출 등 시설운영측 권한까지 관여하면서 `끼리끼리`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방과 후와 주말에 개방하는 학교 체육시설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20일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지역 초·중·고등학교 체육시설을 한 달 이상 장기계약 한 개인이나 단체는 355곳에 달한다.

상당수 동호회들이 학교 운동장과 강당을 1년 단위로 장기계약 하는 등 독점하다시피 해 동네주민들은 물론 학생들마저 이용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현행 조례에 따르면 월 4회이상 장기계약 시 강당이나 운동장은 사용료의 80%, 잔디구장의 경우 50%를 감면해주는 혜택까지 있다.

학교는 동호회에 시설을 내주고 수익을 올리고, 시의원들은 감면혜택을 줘 표를 얻는 셈이다.

지역의 한 체육계 인사는 "체육동호회의 네트워크 파워가 만만치 않다 보니 중요한 표밭"이라며 "동호회는 욕심을 줄이고 타인들을 배려하고, 지자체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2017년 1년 단위가 아닌 분기별로 단기 이용할 것을 권유하는 `학교시설물 개방 가이드라인`을 냈지만, 의무사항이 아니다 보니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일부 동호회가 독점사용하는 것을 막고 지역주민들에게 개방해 골고루 쓸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냈지만 의무사항은 아니다"라며 "개인도 장기계약 신청을 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사용료를 감당하기 어렵고 신청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온라인을 통해 시설 이용날짜 전달 20일부터 날짜별, 코트별 선착순 예약을 받고 있다"며 "누구나 빈날짜에 예약할 수 있도록 최대한 공평하게 운영중"이라고 말했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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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지역 초·중·고등학교 학교체육시설 장기사용 현황. 사진=대전시교육청 `2020 학교 체육시설 장기사용 현황` 공개자료
대전 지역 초·중·고등학교 학교체육시설 장기사용 현황. 사진=대전시교육청 `2020 학교 체육시설 장기사용 현황` 공개자료

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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