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보다 6%↓…인건비 상승 등 경영 어려움 호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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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김모(36)씨는 다가오는 설 연휴가 그리 달갑지 않다. 회사는 명절 상여금을 주지 않고 설 선물로 과일 1박스만 김씨에게 전달했다.

명절을 맞아 부모님에게 용돈도 드려야 하고 조카들에게 세뱃돈도 줘야 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다. 게다가 납품기일을 맞춰야 해서 나흘 연휴 중 이틀만 쉬고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 처지다.

설 연휴를 앞두고 경영부진에 허덕이는 대전·세종·충남 중소기업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20일 중소기업중앙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가 내놓은 2020년 설 자금 수요조사 결과를 보면 지역 86개 중소기업 중 절반에 못 미치는 46.5%만이 `상여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지난해 대비 6% 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절반 이상의 중소기업이 직원들에게 명절 상여금을 주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중소기업들의 팍팍한 자금 사정에 기인한다. 중기중앙회가 조사한 `설 자금 수요조사`에서는 전체 59.3%가 자금 사정이 어렵다고 답했다.

자금 사정이 곤란한 이유로는 인건비 상승이 가장 높았다. 판매 부진, 원부자재 가격상승, 납품단가 동결인하, 판매대금 회수지연, 금융기관 이용 곤란 등이 뒤를 이었다.

명절 자금 확보에도 애를 먹고 있다. 설문에 참여한 중소기업들이 오는 설에 필요한 자금은 2억 419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2억 2060만 원)보다 2130만 원 늘어난 액수다.

이런 이유로 지역 기업들은 설 연휴에도 공장 가동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직원들의 휴무를 보장해야 하지만 목표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공장 가동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대덕산업단지관리공단이 조사한 `설 연휴 및 상여금 지급 실태` 에 따르면 일부 업체가 납품 기일 등을 맞추기 위해 연휴 기간 공장문을 연다. 조사 결과 표본 업체 130개(자가 공장 등) 중 11개 업체가 연휴 기간 일부 생산라인을 가동한다. 나머지 업체들은 각자 정한 휴무일에 맞춰 공장문을 닫는다. 대덕산단 입주 업체의 74.59%(91개)는 연휴기간 4일 휴무에 들어간다. 5일 휴무는 15개(12.30%), 3일 휴무는 10개(8.20%) 등으로 조사됐다.

회사측은 `납품 기일을 맞추려면 어쩔 수 없다`며 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있다.

대덕산단의 한 업체 대표는 "정해진 날짜에 물건을 납품하지 못하면 회사 경영에 어려움이 예상돼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토로했다.

전원식 중기중앙회 대전세종충남중소기업회장은 "지난해는 내수부진이 장기화되고 글로벌 경기상황이 불확실한 가운데 제조·서비스·건설업 모두 전반적으로 부진했다"며 "가계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중소기업 대출 환경이 개선됐지만, 경영부진 심화로 다수가 자금 곤란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설 자금이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은행권과 정책금융기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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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중소기업중앙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 제공
사진=중소기업중앙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 제공

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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