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새해 첫 업무보고 장소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을 택했다. 과기부가 세종시에 위치해 있음에도 굳이 대덕특구를 찾은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재강조하면서 경제성장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업무보고에 앞서 미세먼지 관측이 가능한 세계 최초 정지궤도급 인공위성 개발에 참여한 과학기술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감사와 격려를 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청와대는 첫 업무보고 대상과 장소 선택은 과학기술을 통한 혁신성장, 경제활력, 확실한 변화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의지 표현이라고 했다.

유감스러운 것은 대덕특구에 대한 정부의 태도다. 대덕특구는 45개 연구기관, 카이스트 등 7개 대학, 1만9000여개 기업이 입주한 대한민국의 혁신과 변화의 상징이다. 전자통신연구원은 세계 최초 CDMA의 상용화, 메모리반도체 개발 등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연구개발의 산실이다. 이들 응용과학분야에서의 성과는 산업현장으로 이전돼 과학기술입국의 바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대덕특구의 현실은 그렇게 희망적이지는 않다. 이미 정치와 지역 논리에 휘말려 분원 신설, 이전 등으로 연구소 기능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선택과 집중이라는 대덕의 강점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엔 연구 특성을 외면한 획일적 근무 형태 등으로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대덕특구가 진정한 과학기술 산실로 자리하려면 연구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연구의 자율성을 주라는 얘기다.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하는 평가 시스템의 개선도 시급하다. 눈앞에 성과가 없으면 연구비부터 잘라버리는 관료적, 성과지향적 태도로는 세계를 호령할 만한 기술개발은 어렵다. 정부가 과학기술을 경제성장의 디딤돌로 삼겠다고 한다면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해선 안 된다. 대덕특구에 대한 정확한 진단 아래 정책방향에 변화가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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