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상수원 팔당호보다 규제 심해

김진로 지방부 청주주재 부장
김진로 지방부 청주주재 부장
"대청호에 배가 다닐 수 있게 규제 완화 대책을 강구하라." 이시종 충북지사가 최근 확대간부회의에서 주문한 내용이다. 대청호는 전국에서 가장 규제가 심한 상수원으로 꼽힌다. 수도권 상수원인 팔당호보다 규제가 심하다는 게 이 지사의 푸념이다.

충북도가 대청호 규제 완화에 목을 매는 것은 수십년간 이어온 각종 규제가 대청호 인근 지역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충북도가 낙후된 대청호 인근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개발 계획을 세우려고 해도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애초부터 대청호에 배가 뜨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대청호 담수가 시작되던 1979년부터 1983년까지 유선2척, 도선 2척이 운항됐다. 그러다 1984년부터 이후 청남대 보안목적으로 중단됐다.

청남대는 `따뜻한 남쪽의 청와대`라는 의미로 청주시 대청호 인근에 지어진 대통령 전용별장이다. 1980년 대청댐 준공식에 참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시로 1983년 6월 착공, 6개월만인 그해 12월 완공됐다. 이후 대통령 별장으로 사용되던 청남대는 2003년 4월 18일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관리권이 충북도로 이양되고 일반인에게 개방됐다. 청남대가 충북도에 이관되고 민간에 개방됐지만 대청호에 배 운항 제한은 풀리지 않았다.

청남대 보안목적은 사라졌지만 이번에는 수도법에 상수원보호구역의 선박 운항을 금지한다는 조항이 발목을 잡았다. 이에 대청호 선박 운항은 충북도와 대청호 인근 지역주민의 숙원사업이 됐다. 충북도는 이들 주민 숙원사업 해결을 위해 충주호, 소양댐, 화천댐, 의암댐에서 배가 운항하는 데 주목했다. 미국, 독일, 스위스, 일본 등 취수원이 있는 호수에서도 자유롭게 운항을 허용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충북도와 대청호 인근 지역민들은 정부에 규제개혁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충북도에서 대청호 선박 운항이 공식적으로 거론된 것은 지난 2011년이다. 충북도와 청원군, 옥천군, 보은군 3개 군이 2011년 7월 환경부와 국회를 방문해 대청호 유람선 운항과 대청호 규제완화를 촉구하면서부터다. 이후 같은 해 12월 도와 3개 군이 공동으로 `대청호 유역 친환경 공동발전 방안`이란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열었다. 보고회에서는 대청호에 유람선 운항, 둘레길 조성, 박물관, 휴게레저시설 설치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개발 청사진을 제시했다. 당시 연구용역 결과에서는 대청댐 건설 후 30년간 댐 인근 지역은 상수원보호구역, 특별대책지역, 수변구역 등 2중, 3중의 규제에 묶여 있다고 지적했다. 각종 규제 때문에 입은 경제적 추정 산출액은 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또 상수원 취수구역이면서 나룻배를 운항하는 충주·소양·화천·의암댐 등의 수질이 악화되지 않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청호 뱃길 복원의 당위성에 힘을 실었다. 그러면서 대청호 수질에 전혀 문제가 없는 태양광·전기 동력선을 사용하는 친환경 도선 운항을 제안했다. 하지만 식수원 오염을 우려하는 인근 지자체와 환경단체의 반발에 부딪쳐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충북도가 대청호 규제 완화를 호소하고 있지만 30여년째 제자리걸음인 것이다.

충북도가 수십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대청호 규제 완화를 위해서는 대청호가 충청인의 식수원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접근해야 한다. 충북도가 대청호에 배를 띄우는 것은 식수원 보호라는 대 전제하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번에도 일방적으로 규제 완화를 밀어붙인다면 타 시도의 저항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이에 충북도는 먼저 식수원의 수질오염 우려를 해소시킬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타 시도와 논의를 거치고 협의 후 사업을 추진하는 게 순서다. 정부도 어느 날 갑자기 청남대가 들어와 모든 물길이 막히면서 군인들이 총을 들고 지키고 있는 가운데 성묘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수몰 이주민들의 고통을 헤아려야 한다. 수도법이라는 획일적인 잣대를 들이대려고 하지 말고 불이익으로 고통을 받아 온 지역 주민들의 요구에 규제 완화로 답해야 할 때다. 김진로 지방부 청주주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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