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간판 갈아끼우기 행정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해 `이츠대전(It`s Daejeon)` 도시브랜드 슬로건을 `Daejeon IS U(대전이쥬)`로 바꾼데 이어 이번엔 대전 수돗물 브랜드 `이츠수(It`s 水)` 변경을 고심하고 있다. 잇따른 개명 작업 추진에 불요불급한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이츠수 브랜드 변경 여부를 결정한다는데 대해서도 무책임한 떠넘기기 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15일 시가 운영 중인 시민참여 정책제안 플랫폼 `대전시소`의 `대전시가 제안합니다` 코너에는 `대전 수돗물 브랜드 바꾸는 것이 좋을까요`라는 온라인 공론장이 개설됐다. `대전 수돗물 브랜드는 어떻게 결정하는 것이 적합할까요`라는 질문 아래 이츠수 유지, 2008년 시민공모로 선정된 바 있는 `한빛수`로 변경, 2020년 신규브랜드 선정 등 3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신규브랜드를 추천해 달라는 선택질문도 있다. 오는 31일까지 시민 의견을 받아 그 결과에 따라 이츠수 브랜드를 유지하거나 변경한다는 계획이다.

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시민 의견이 모아지는 쪽으로 이츠수 브랜드 그대로 가거나 바꿀 수도 있다"며 "설문조사 결과를 예측할 수 없고 내부적으로 어떤 방향성을 설정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돗물 브랜드 변경 추진은 명분과 방식 측면에서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츠수는 2013년 한국브랜드경영협회가 주최한 `제7회 대한민국 소비자신뢰 대표브랜드대상` 수돗물 부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09년엔 `대한민국 녹색성장 브랜드 대상` 수돗물 브랜드사업 부문에서도 대상을 받았다.

상수도사업본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츠수는 대전 도시브랜드 슬로건 `이츠대전`에서 착안해 2005년부터 사용해 왔다"며 "이번 공론은 대전 도시 브랜드 슬로건을 `대전이쥬`로 변경하게 됨에 따라 대전 수돗물 브랜드도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시민의견을 듣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전이쥬로의 도시 브랜드 변경 외에 이렇다 할 명분이 없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이츠수 브랜드 변경 여부를 시민 여론조사에 부쳐 결과에 따르겠다는 건 책임전가와 명분 쌓기 행정으로 비친다. 대전이쥬 변경의 후속조처로 이츠수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면 설득논리를 개발하는 게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관계자는 "지난해 도시브랜드 변경과정에서 여러 논란이 벌어졌는데 이츠수 이름 변경까지 더해진다면 시민들은 혼란과 피로감을 느낄 것"이라며 "대전이쥬와 연동해 이츠수를 변경하는 것도 아니고 바꿀지 말지에 대한 논리조차 없이 무턱대고 여론조사결과에 따르겠다는 발상은 면피행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 발전을 위한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멀쩡한 브랜드를 바꾸는데 왜 행정력을 투입하는지 이해하기도 어렵다"고 부연했다.

이종호 대전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위원장은 "상수도본부로부터 아직 업무보고를 받지 못해 이츠수 변경에 대해 논평하기는 이르다"면서도 "굳이 다른 명칭으로 바꿔야 할 필요성이 있을지 의문은 든다"고 의아해했다. 대전시는 앞서 시 출범 70년, 광역시 승격 30년을 맞아 지역 정체성을 새로 확립할 필요가 있다며 예산낭비, 이츠대전 대비 대전 브랜드 가치 제고 가능성 등 여러 논란에도 새 브랜드 슬로건 공모에 나서 대전이쥬를 대상으로 선정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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