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규 충남대 교수
김민규 충남대 교수
지난해 10월 발생한 사상 최악의 호주산불은 야생동물의 보존가치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켜주는 사건이었다. 약 5개월째 지속된 산불피해로 국가경제에 어마어마한 경제적 위기를 초래했고, 사람들이 겪는 극도의 고통과 분노뿐만 아니라 화상을 입은 캥거루, 코알라 등이 불이 붙은 나무와 나무 사이를 필사적으로 뛰어다니는가 하면 야생동물들이 비참하게 불탄 모습이 생중계로 보도되면서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호주를 상징하는 코알라의 서식지 80% 이상이 잿더미가 되었고,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피해로 약 5억만 마리에 달하는 야생동물이 화마에 희생되면서 멸종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야생동물 피해를 조사한 호주 시드니대학교 연구진은 추후 피해수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야생동물의 가치는 의학이나 생물학적 지식의 발전과 함께 인간의 복지를 돕는데 크게 기여해 왔으며, 경제적 가치도 매우 높다. 또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풍부한 생물자원으로 인간의 건강과 기쁨의 근원이 되어주고, 생태계의 건강과 통합성을 유지시켜주는 순기능 역할을 수행했다. 무엇보다 인간의 삶과 복지에 경제적, 생태적 혜택을 주는 것 외에 그들 자체가 고유한 생존권을 갖고 있다는 것에 대한 윤리적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이는 인간이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며 평화롭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들을 별개의 존재로 여겨서는 안 되며, 이것이 다양한 야생동물 종 보존과 멸종위기 종의 보존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엄격한 현실적 적용임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도 아주 특별한 야생동물 생존구역이 존재한다. 바로 비무장지대(DMZ)다. 지금까지의 조사에 따르면 270여 종의 조류와 멸종위기종인 산양, 야생곰, 사향노루를 포함한 약 47종의 포유류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좀 더 정확한 조사가 이루어지면 더 많은 종의 야생동물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DMZ와 그 인접지역인 민통선이 우리나라 야생동물 및 멸종위기 종의 보전구역임에도 불구하고 민통선의 구역축소와 통일에 대한 기대감으로 개발행위가 지속되고 있어 야생동물은 서식지의 위기변화를 겪고 있다. 세계 어느 보호구역과도 견줄 수 없는 희귀동물의 도피처로서의 역할이 수행될 수 있는 특수지역으로 설정하여 야생동물과 생물자원의 보존에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첫째 DMZ 및 인접지역의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대상 종의 기초적인 생태적 자료수집이 우선 요구된다. 환경부와 문화재청에서는 효율적인 종의 보전대책 수립을 위한 멸종위기 희귀동물과 천연기념동물의 서식지 현황을 조사하여야 한다. 아울러 개체군의 증가 또는 감소를 확인하여 보존정책을 수립하는 기초자료로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DMZ와 민통선은 개발이 비교적 통제되어 왔으나 남북화해무드에 편승하여 도로의 건설, 방역철책의 설치 등으로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대규모 사업이 계획 또는 추진되는 실정이다. 이러한 서식지의 질적 저하 역시 야생동물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개발행위를 줄이려는 노력도 강구해야 한다. 셋째 최근 민통선 구역의 축소로 인하여 영농규모가 확대되고, 관광지의 개발과 군 시설물의 현대화로 인하여 습지의 매립과 산림의 훼손으로 인하여 서식지의 단순화와 단편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이 지역은 생태적 측면과 생물자원의 가치를 고려하여 철저히 보전적인 개발이 진행되어야 한다. 넷째 밀렵은 우리나라 야생동물 서식에 있어 가장 위협적인 인간의 간섭이다. 정부는 관련법규를 엄격히 적용하여 처벌을 강화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생태계 보전지역은 모든 개발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며 정치적 목적에 의해 좌우되지 않도록 영구히 보전되어야 한다. 또한 생태계보전으로 인하여 주민들의 경제적 불이익이나 생활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하여 생태보전지역의 주민들에게는 소유재산에 대한 정부의 보상정책을 지원하여 생태계보전과 주민들의 삶에 질적 향상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는 합리적인 보전 및 이용정책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한반도의 자연이 응축된 상징적 공간인 비무장지대를 지켜내기 위한 움직임도 시작되고 있다. 통일부는 DMZ 지역을 세계생태평화공원으로 만들 준비를 시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비무장지대를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고 전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생물보호지역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지켜가야 할 것이다.

김민규 충남대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