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호창 기자
서울=이호창 기자
밥값. 밥을 먹은 만큼의 일이나 대가를 해야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돈을 받은 만큼 노동을 해야 한다는 직설적 표현도 있겠다. 최악의 국회로 평가받는 20대 국회의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다. 의원들이 밥값을 하지 못했다는 근거는 명확하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의원들이 국회에 접수한 법안(14일 기준)은 총 2만 3726건이다. 이 중 처리 법안은 7994건, 33.6%에 불과하다. 1만 5732건이 계류하고 있는 셈이다. 본인들이 발의한 사안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는 `식물국회`란 비판을 받은 19대 국회(42.8%)보다도 못한 상황이다. 18대 국회는 45.4%, 17대는 52.1%, 16대는 65.9%의 처리율을 기록했다. 과거에 비해 발의 건수가 대폭 늘면서 처리율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것은 이해하지만 35%를 밑도는 실적은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의원들이 법안 1건을 발의 하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 등 쉽지 않은 절차를 거쳐야만 가능하다고 한다. 현재 64%에 가까운 법안이 국회에 계류됐다는 점에서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얼마인 지 가늠조차 어렵다는 분석이다.

20대 국회는 지난해 선거제·검찰개혁법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놓고 벌어진 육탄전으로 식물국회에 이어 `동물국회`라는 말까지 듣고 있다. 심지어 국회 회의장에 일명 `빠루`(노루발 못뽑이)와 쇠망치까지 등장하면서 온 국민의 따가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정기 국회의 꽃`이라는 국정감사와 내각에 대한 인사청문회 등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만 매몰된 채 허송세월을 보냈다. 또 513조 원에 달하는 `슈퍼 예산` 심의는 관심조차 받지 못하며 처리됐다. 이후 장기간 파행을 거듭해오며 여러 번의 임시국회를 모두 빈손으로 날려야만 했다.

이 정도면 가히 `최악의 국회`라 불릴 만하다. 월급을 토해내라는 비판도 나오다. 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20대 국회에서 본인 밥값을 했는지, 자신으로 인해 사회와 타인들의 삶에 눈물과도 같은 누수 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20대 국회 같은 국회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 서울=이호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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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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