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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씩씩하고 진지하게 소통!

2020-01-14기사 편집 2020-01-14 08:5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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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소설가 고 이문구 선생님의 '산 너머 남촌'(1984년 연재, 1990년 출간)을 다시 보다가 문득 놀랐다. '이문정 옹은, 어느덧 올해로 회갑을 맞기에 이르렀다.' 옹(翁)은 남자 노인을 높여 부르는 말이다. 84년에는 환갑나이를 '옹'이라 칭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이제 80은 되어야 '옹' 소리를 듣고, 60대는 청년 대우를 받고, 50대는 할 일 다 하면서도 애 취급 받을 만큼 농촌은 고령화사회가 되었다. 농촌만 고령화 된 게 아니다!

정치계의 고령화도 만만치 않다. 30,40대 국회의원 찾기나 농촌에 사는 30,40대 사람 찾기나 진배없다. 식물국회니 동물국회니 비난일색이지만, 국회의원들이 다른 것은 몰라도 얼마나 젊은지는 보여주었다. 50,60대가 옹 시절엔 상상할 수도 없었던 팔팔한 행동들을 보여주었다. 대단한 정신력들이야 익히 보아온 것이고, 사전선거운동을 방불케 하는 필리버스터 등을 통해서 강인한 체력까지 보여주었다. 과연 저 철의 수문장 같은 노회하면서 건강하기까지 한 50,60대 '청년'국회의원들을 뚫고, 농촌에서와 마찬가지로 정치계에서 어린이 대우 받는 30,40대가 국회에 몇 명이나 입성할 수 있을는지.

대중예술계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다른 분야에 비해서 젊은이의 등장이 활발한 편이지만 20,30년 전 배우들이 여전하다. 예능프로의 활발한 '소환'과 '추억팔이'도 따지고 보면 고령화와 관련이 있다. 그 스타가 활약하던 시절의 시청자들이 여전히 주요 시청자이기 때문에 소환이 성공하는 것이다. 당대를 진지하게 담은 것은 20,30대도 안 보기에, 40,50대가 볼 수 있는 익숙한 과거로 "응답하라!"를 외치며 거슬러 올라갈 수밖에 없을 테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고령화가 극에 달하고 있다. 20,30대가 청년이고, 40대가 장년이고, 50대가 중년이고, 60대가 노인이던 시절은 오래된 과거다. 그런데 이러한 고령화 논리는 양극화를 가릴 수가 있다. 20,30년 전에도 특권층과 부유층은 나이와 상관없이 팔팔한 삶을 살았고, 서민층과 불우층은 빈한한 삶을 살았다. 나이가 문제가 아니었다! 고령화는 불평등, 빈부격차 격화 양상을 가리는 말장난인지도 모른다.

2019년의 격한 현상들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당연한 수순이었다. 노인과 장년과 청년과 청소년, 세대 간의 앙금을 풀어야 했다. 상류층과 중산층과 서민층과 불우층, 계층 간에도 소통이 필요했다. 하지만 쌓인 게 많으니 쉬이 풀릴 수 없고 쉬이 통하기 어렵다. 2020년에도 진통이 상당할 테다.

어차피 해결책은 없고 그저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듯 우리는 자꾸 웃어버리려고 한다. 미디어의 웃음 강박증은 도가 넘은 지경이다. 분단문제를 개그화한 <사랑의 불시착>이나 정치예능이나 다름없는 시사프로들은 그러려니 해도, 백두산이 분출하고 핵을 터트려서 막는 설정에서도 아재개그를 남발한다. 특권층이 등장하지 않으면 제작이 불가능한 무수한 드라마들들 또한 중대한 국민적 난제들을 웃음으로 버무려놓고 있다. 웃음은 항상 경계 받아왔다. 누가 웃기면 웃어서 좋기는 한데, 지나고 보면 웃는 사이에 손해 보거나 당한 일이 적잖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특권층에 문제가 심각하다고 예리하던 이도 드라마를 보며 웃다 보면, '거기도 사람 사는 세상이니 일부 나쁜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고, 사필귀정이라고 그 나쁜 사람은 항상 응징 당한다, 그러니 제도적으로 별문제는 없어, 사람이 문제지, 제도가 무슨 문제야' 하고 개혁에 부정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제도가 중요하다! 가능한 빨리 구조를 안정시켜야 한다. 안정은 불가능할지라도 상생할 수 있는 제도에 다가가야 한다. 20대부터 70대 이상까지 일자리가 있고, 즐거이 일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모두가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그 진통을 겪을 테다. 쥐띠해이지만 호랑이를 소환해본다. 너무 웃지 말고, 호랑이처럼 씩씩하고 진지하게 소통하자고.

김종광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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