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권 한국교통안전공단 선임연구위원(처장)
박상권 한국교통안전공단 선임연구위원(처장)
최근 도로 위 지뢰로 불리는 살얼음(블랙아이스)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어서 교량 위, 터널 출입구, 산 아래 커브길 등을 지날 경우, 경력이 많은 운전자도 긴장하며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스트레스를 피하고 사고예방도 위해 자가운전자라면 자동차 대신 열차 등 다른 교통수단을 강구할 수 있지만 사업용 운전자는 그렇지 못하기에 운행노선, 통행시간 등을 고려해야 한다. 운전하며 느끼는 스트레스는 삶의 일부분이지만, 사소하다고 소홀히 여겨 스트레스 관리에 실패하면 생존을 위협받을 수도 있다. 저마다 처한 환경에서 다양한 형태로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경험하겠지만 행복한 삶은 물론 안전운전을 위해서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태도, 지식, 관리 등이 중요하다. 살면서 느끼는 스트레스가 안전운전에 미치는 영향이나 운전하며 받는 스트레스간의 상호작용도 간과할 수 없다.

사람마다 동일한 상황에 대해서도 스트레스 받는 정도는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개를 봐도 귀여워서 만지고 싶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과거 개에게 물린 경험 등으로) 개만 보면 질겁하는 사람조차 있다. 초보운전자와 비교해도 확연하게 알 수 있듯이 운전하며 받는 스트레스 수준도 다양한 교통상황에 대해 주행경력은 물론 통근과 레저 등 이동목적이나 상황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약속시간 내에 가야 하는 운전자의 경우 타이어 펑크로 고장이 나거나 원치 않는 교통체증 등이 반복되면 급성 스트레스가 유발되기도 한다. 중요한 약속이라면 돌발 상황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여유 있게 출발하는 것이 스트레스 발생정도를 줄이고 안전운전에도 유익하다.

운전이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전방의 교통상황을 순간적으로 인지·기억해 판단하고 조작하는 행위의 반복이다. 운전자가 각종 질병이나 근심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사고능력은 물론, 인지, 판단, 조작능력 저하로 이어지고 변화하는 교통상황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게 된다. 특히 운전자가 흥분하게 되면 안전운전에 악영향을 미치기에 차 안에서는 부부싸움이나 말 싸움을 자제하는 상호 배려가 필요하다. 스트레스 관리에 차이는 있겠지만, 계속되는 운전으로 스트레스를 쌓아두었다가 사소한 계기로 분노가 폭발하면 난폭운전이나 보복 운전 등으로 표출될 수도 있고, 자칫하면 교통사고로 이어질 개연성도 높을 수밖에 없다. 사업용 운전자도 택시, 버스, 화물 등 운행행태에 따라 받는 스트레스에 차이가 있어 본인의 성격과 맞지 않아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음주 등으로 스트레스를 풀려다가 교통사고를 내기 전에 업종을 바꿔보는 편이 좋다.

살다 보면 각종 경조사, 가정불화, 이혼, 질병, 실직, 승진, 전보 등 다양한 변화에서 유발되는 스트레스가 안전운전에 악영향을 미쳐 교통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경조사 등 삶의 큰 변화가 있는 시기 전후로는 제대로 잠을 못자거나 걱정 등이 많아져 사업용 운전자일지라도 운전에 집중하지 못해 사고를 내는 경우가 있는 만큼 안전관리자의 지도가 필요하다. 운전할 때는 운전에 집중해야만 비로소 교통상황이 정확하게 인지되고 뇌에서 정보가 제대로 처리돼 올바른 판단과 조작이 가능해진다는 점을 명심하자.

흔히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 불리지만 적당한 스트레스는 삶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각종 스트레스를 과음, 과식 등으로 풀어 악순환의 단초를 만들기보다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 충분한 수면, 명상과 반성, 복식호흡 등으로 선순환 시켜야 한다. 나아가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자와 가해자, 그 가족들이 사고이후 겪을 스트레스 예방차원에서, 안전이라는 가치를 삶의 최우선 가치로 설정하고 안전운전 의무를 다해야 한다. 새해에는 새로운 거래처나 낮선 환경에서 근무할 경우도 많아 다양한 스트레스와 피로 등이 누적되기 쉽고, 음주기회나 유혹도 많은 만큼 철저한 자기관리가 중요하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처럼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스트레스 관리에 관심을 가지고 심기일전해 건전한 여가선용으로 행복한 삶을 경영하기를 희망해본다.

박상권 한국교통안전공단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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