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터뷰] 김지철 충남도교육감

김지철 충남도교육감. 사진=충남도교육청 제공
김지철 충남도교육감. 사진=충남도교육청 제공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은 앵두꽃, 살구꽃, 복숭아꽃, 배꽃은 비슷하게 생겼지만 피는 시기는 다 다르다는 의미의 앵행도리(櫻杏桃梨)란 사자성어를 좋아한다. 여기에는 한부모 가정 아이든, 다문화 가정 아이든 모두 소중한 존재라는 그의 교육철학이 담겨 있다. 그는 지난해 전국 최초로 3대 무상교육을 시행하는 등 앵행도리에 맞는 보편적 복지에 힘써왔다. 많게는 하루 250㎞ 거리를 오가며 현장 중심의 정책을 펴는 김 교육감을 만나 도교육청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대담=은현탁 충남취재본부장

-지난 1년 성과와 아쉬웠던 점은.

"가장 큰 성과는 충남도와 15개 시·군이 함께 전국 최초 3대 무상 교육 정책을 폈다는 점이다. 고교 무상교육과 무상급식, 중학교 신입생 무상교복 정책 등 보편적 교육복지를 만들었다는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쉬운 점은 교내 친일잔재 청산이 교육공동체 전체 의견을 들어야 하다 보니 추진 속도가 더뎠다는 점이다. 교내 친일잔재 청산은 광주, 충북, 세종, 충남, 서울 등 5곳이 한다고 했었는데 지금 시행하는 곳은 충남이 유일하다. 친일노래, 민중의 노래 등을 전공한 분들을 섭외해 노래하고, 나레이션을 하도록 해 대중가요 속 친일잔재 청산하는 작업을 올해 여름방학쯤 시행할 계획이다. 친일 작곡가들이 작업한 교가 대신 새 교가를 만드는 작업은 동문회 반대, 학교공동체에 대한 이해와 설명이 필요하고, 학교 운영위원회 의결을 거치다 보니 속도가 더디다. 56개 학교에서 시행한 왜향나무와 금송 등 일제식 수목 공간 정비 사업은 올해 더욱 폭 넓게 진행할 계획이다."

-2020년 새해 역점 사업은.

"올해는 지난해 다소 부족했던 인공지능(AI) 교육과 같은 미래 산업과 관련된 교육에 집중할 계획이다. AI 관련 교육 시간을 지난해 17시간에서 올해 34시간으로 늘리고, 이를 수행할 소프트웨어와 AI에 대한 교사 자원을 양성할 것이다. 도내 교사들을 대상으로 AI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충청권 소프트웨어 중심대학인 호서대, 선문대와 지난달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또 한국에는 AI 관련 교재가 없지만 중국에는 유치원, 초·중·고용 AI 교재가 있다. 올해 이 교재를 분석해 자료를 만들어 배포하는 등 미래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창의융합인재를 키우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수학을 포기한, 이른바 `수포자`가 초등학교 3학년부터 발생하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한 활동도 할 예정이다."

-지난해 전국 최초로 3대 무상교육을 시행했다. 성과와 보완할 점은 무엇인가.

"도교육청은 2018년 충청남도-교육청-의회 간 `아이키우기 좋은 충남만들기`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지자체와의 재원 분담을 통해 2019학년도 1학기부터 고교 전 학년 무상교육을 시행했다. 충남도와 협력해 초·중 무상급식을 시작했고, 2018년 유치원 무상급식, 지난해 고등학교 무상급식으로 확대했다. 올해는 유·초·중·고·특수학교 무상급식 사업비 2531억 원을 확보했고 26만 9521명의 학생들이 차별 없고 균등한 교육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무상급식 전면 실시가 양적인 확대였다면, 이제는 질적인 보강이 필요하다. 지역 친환경식재료와 우리밀 등 우수 식재료의 학교급식에 공급이 확대될 수 있도록 지자체와 유기적인 협업방안을 모색해 나간다면 무상급식 실시가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기여하는 상생의 길이 될 것이다. 교복지원의 경우 아무래도 중학교 신입생 교복비 지원이 처음 이뤄지다 보니 학교, 학부모, 교복업체의 이해도가 적어, 일부 오해가 발생한 점이 있었다. 학교의 교복 학교주관구매제도 입찰 시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사를 위한 안내를 강화해 교복가격을 안정화할 것이다."

-올해부터 충남 직업계고 재구조화를 추진해 학과재편 등에 나서게 되는데 전문 교사 확보 등은 어떻게 할 예정인가. 또 정책 추진 시 가장 큰 걸림돌은.

"학과 개편은 교육과정을 원만히 수행할 수 있는 전문성 있는 교사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교원의 인력수급과 계열 전공을 고려하고, 교사 교육 훈련 전문기관과 협의해 현재 교원이 직무 연수와 부전공 연수를 통해서 지도할 수 있는 부분에 맞춰 우선적으로 학과 개편을 추진하려고 한다. 계열을 달리하는 혁신적인 학과 변경의 경우, 전공 교사 채용 등 교사 확보 방안을 고려해 학과 개편 준비 기간 2년 경과 후 학과 개편을 추진할 계획이다. 학과 개편 학교의 기술 심화 부분은 산업현장 전문성을 갖춘 현장전문가인 산업겸임교사제를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상상이룸공작소 등 창의융합교육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교육수요자 반응과 앞으로의 계획은.

"도교육청은 창의융합교육에 집중하고 있으며 그 수단으로 충남형 메이커교육인 상상이룸교육을 전개하고 있다. 상상이룸공작소 운영을 담당하는 교사들은 3D 프린터, 레이저 커팅기, 목공 등 다양한 기자재를 이용해 자신들의 교육 활동에 대해 자긍심을 갖고 있다. 또 학생들은 책상에 앉아 이론으로만 하는 수업이 아니라 다양한 도구를 활용해 상상한 것을 직접 제작해보면서 한 명의 방관자도 없이 주도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는 학생과 교사의 자발성을 바탕으로 상상이룸교육 확산을 위해 교사학습공동체, 학생 동아리 활동을 확대 지원하고 학생이 중심이 되는 상상이룸 한마당을 개최할 계획이다."

-요즘 미세먼지가 많은데 충남도내 초·중·고 729개교 중 실내체육관이 없는 학교가 3분의 1이나 된다. 이에 대한 대책은.

"지난해 11월 기준 분교, 방송통신중·고, 고등기술학교, 각종학교를 제외한 도내 719개교 중 총 601개교가 체육관을 보유하고 있으며, 체육관 보급률은 83.5%이다. 현재 체육관이 없는 학교는 대부분 50명 이하의 소규모 학교로 다목적교실, 간이체육실 등을 통해 큰 무리 없이 실내 체육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다만 학생 수 증가와 다목적교실, 간이체육실 등 실내체육시설의 규모로 인해 체육활동에 어려움이 있는 학교에 대해서는 지속해서 체육관 보급률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체육관 건립뿐만 아니라 다양한 실내체육시설 설치 지원을 통해 미세먼지로부터 안전한 교육활동 공간을 조성할 것이다."

-도 교육청이 친일잔재 청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친일 작사·작곡가의 교가 수정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안타깝게 생각한다. 친일부역자가 작업한 교가 학교로 1차 지목됐던 31개 학교 중 7곳은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고, 24개교 중 1곳이 개정을 완료했다. 10개 학교에서 조금 시간이 걸리지만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머지 학교들은 동창회, 학부모회 등에서 난색을 보여 어려움이 있다. 이 부분을 도교육청이 강제할 수는 없고 학생, 동창회, 학부모회 등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정하지 않는 학교에 대해서도 학생 등 교육공동체의 의견 수렴 과정 등을 진행했고, 이러한 과정 자체가 학생들에게 역사교육이 된 점에서 의미 있었다."

-도농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행복교육지구 협약을 꾸준히 체결해오고 있다. 실제 교육격차 해소에 효과가 있는가.

"도교육청은 학교와 마을의 경계를 허물고 아이들에게 앎과 삶이 일치하는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7년부터 지자체와 업무협약을 맺고 공동 예산, 공동 사업 형태로 충남 행복교육지구를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는 14개 시·군에서 행복교육지구사업이 이뤄진다. 행복교육지구 사업은 학교 밖 교육복지 안전망 구축으로 가정 배경과 지역사회의 교육 격차에 따른 교육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평을 듣고 있다."

-충남지역 교육계 가족과 도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학생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충남 교육은 존재한다. 모든 정책의 출발점은 학생이며, 도착점은 학생의 행복이다. 이에 대해 임기 초기에는 교직원들로부터 아쉬운 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학생이 존재해야 교직원들이 존재하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한 자기 삶의 주인공이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자존감과 학업성취도가 높기 때문에 이러한 주도성을 키워주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이로 인해 초반에는 학부모들로부터 `학생들 대학 진학에 신경 안쓰는 교육감`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수도권 주요 대학 진학 비율은 전보다 2.2배 높아졌다. 학부모들이 아이들과 교사, 교직원들을 존중하고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창의 융합형 미래 인재를 키울 때 도민들이 학교 교육을 전적으로 신뢰해줬으면 좋겠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든 교사들이 교육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학교를 신뢰해주면 도민이 바라는 혁신중심의 충남교육은 충분히 실현될 수 있다. 앞으로 충남의 보편적 교육복지가 어떻게 확대되고, 학부모의 공교육 만족 지수가 얼마나 높아지는지 지켜봐주기 바란다."정리=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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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철 충남도교육감. 사진=충남도교육청 제공
김지철 충남도교육감. 사진=충남도교육청 제공

김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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