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문명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와 같은 정보 생성과 확산을 위한 정보통신기술, 정보의 분석과 활용기술인 인공지능기술로 대별된다. 이로 인해 인간의 가치관과 삶의 패턴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이 만든 사이버 세상은 현실세계와 달리 시간 공간 제한이 없고 익명성을 갖는 특성을 갖고 있다. 진화학자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인간은 본래 허구를 만들어 퍼뜨리고 집단적으로 상상하는 본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순기능적으로 이 특성이 만물의 영장이 되는데 크게 기여하였지만 진실이 소멸되면 인류사회를 파멸로 이끈다 하였다. 인스타그램에서 1분당 4만 8000장의 사진이 생성되며 트위터에서 1분당 48만 건의 정보가 생성되지만 이중의 상당량이 거짓정보와 가짜뉴스(fake news)임이 밝혀졌다. 이런 진실일탈의 거짓이 만들어낸 사회를 `탈 진실사회(post truth society)`라 한다. 이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 편향성이 배타적집단의식을 강화하고 정치사회적으로 이념적 양극화를 촉발한다.

지난해 우리 국민은 `조국 사태`에서 이런 사회적 병리현상을 경험했다. 역사에서 알 수 있듯이 아테네와 로마제국의 멸망전조현상은 진실이 무너진 사회였다. 초 지능(hyper-intelligence), 초 연결(hyper-connectivity), 초 융합(hyper-convergence)의 디지털 문명의 특성인자는 탈 진실 사회를 재촉 하고 있다. 18세기 산업혁명으로 인한 대량생산공장 출현으로 수많은 소규모 방앗간이 소멸되는 것을 보고 영국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는 새로운 문명이 `악마의 맷돌`을 돌려 새로운 악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 하였다. 이처럼 문명은 편리함과 풍요를 주지만 부작용 역시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인류는 원시 시대부터 동물과 달리 인간이 소유한 본성을 기본으로 질서를 만들어 살고 있는 사회적 동물이다. 그래서 진실과 거짓의 인본가치로 선과 악의 도덕기준을 만들었고 이를 공통적질서의 규범으로 정하여 진화를 계속하고 있다. 버트런드 러셀의 서양 철학사에서 진실은 중용적 가치가 아닌 절대적 인본가치라고 하였다. 동양철학의 기본인 맹자의 성선설이 주장하듯 선과 악은 진실의 인본가치에서 기인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철학에서 만용과 비겁함의 중용인 용기, 허영과 비굴의 중용인 긍지, 그리고 수줍음과 몰염치의 중용인 겸손 등과 같은 상대적 중용가치는 중국철학에서와 마찬가지로 진실이라는 절대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실천적 윤리일 뿐이다. 진실 없는 사회는 동물사회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 발전은 인공지능시대를 만들어 가고 있다. 빅 데이터 시대가 리얼 데이터 시대로 발전하고 머신 러인(machine learning)을 통해 컴퓨터가 인간의 인지능력을 추월해 가고 있다. 이미 감성과 창조성을 제외하고 인간의 두뇌를 추월 하고 있다. 물리학에서 물성이 완전히 변화하는 조건을 특이점(singularity)이라한다. 인공지능기술은 특이점을 지나 분석력과 판단력이 신(?)의 영역인 특이점을 지났다. 이제 거짓정보와 가짜뉴스(fake news)를 찾아내는 `천사의 맷돌`이 돌기 시작하였다. 미국은 이미 폴리티팩트(politifact)사를 비롯한 200여 사의 인공지능 거짓말 탐지기가 가동되고 있다. 백제 무왕의 `서동요`도 진실사회에서는 러브스토리이지만 탈 진실 사회에서는 흉악 범죄다. 그래서 진실은 순수하기도 힘들고 결코 단순하지도 않다고 한다. 진실사회를 지키기 위해서는 올바른 디지털 문해력(literacy)이 필요하다. 선과 악이 구분되어 진실을 지켜내는 사회가 인간의 행복한 삶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집무실에 걸려있는 우리 대학 교시인 정직(正直)이란 글귀가 오늘 따라 내 눈에 크게 들어온다. 행복한 디지털 시대는 진실성 회복이 필수다.

이원묵 건양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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