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는 2016년 4월부터 대형마트가 자체적으로 제작해 마트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던 빈 박스 공급을 중단했다.

제주시가 지역 내 대형마트에 대한 일제점검을 실시한 결과 재사용 종이 박스 외에 소비자들이 구매한 물건을 포장할 수 있도록 자체 공급하는 박스가 연 29만매 수준 이었다.

업체와 장바구니 사용 활성화 협약을 맺은 제주시는 3년이 지난 지금 제주도민 대부분이 종이상자를 쓰지 않고 장바구니 사용이 자리 잡혔다.

제주시의 성공사례를 계기로 환경부는 지난해 8월 대형마트업계와 `장바구니 사용 활성화 점포운영 자발적 협약`을 맺고 올 1월 1일부터 대형마트 4개사에 자율 포장대에 놓인 테이프와 끈을 철수 시켰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들은 대안으로 대용량 장바구니를 제작해 대여하거나 판매하면서 장바구니 사용을 독려한다.

한 대형마트는 기존 장바구니보다 부피가 약 60% 커진 대용량 대여용 장바구니를 보증금 4000원을 내고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연간 대형마트 3사 자율포장대에서 활용하는 플라스틱(테이트, 포장끈, 커팅기) 658t을 줄여보자는 취지다.

658t은 상암구장 857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약간의 수고스러움이 싫어서인지 꼼수가 등장했다. 일부 소비자는 마트에서 테이프를 사거나 심지어 집에서 가져오기도 한다.

4000원을 주고 빌리는 장바구니 보다 1000원짜리 테이프를 사용하는 게 편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대형마트 자율포장대에서 테이프가 사라진 지 며칠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느니 장바구니가 무더기로 풀리면서 오히려 폐기물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취지는 좋지만 불편하기도 하고, 장바구니가 많아지면 이것도 플라스틱 소재라 환경에 더 악영향이 클 수도 있지 않냐는 투덜거림이다.

하지만 투덜거림이 장바구니 제도의 후퇴를 만드는 계기가 되선 안된다. 이미 지난해 자율포장대에서 박스까지 철수 하려 했지만 소비자의 반발에 물러선 적이 있기 때문이다.

편리를 주는 대신 플라스틱은 우리의 땅과 바다와 대기를 훼손하고 있다. 지구는 우리의 것이 아니다. 후대 사람들에게 잠깐 빌려서 쓰는 것이다. 그들에게 온전히 돌려줘야 하지 않겠는가.

차진영 지방부 당진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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