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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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 이용객이 늘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대부분 안 들고 온다고 봐야죠."

지난 주말, 대전 동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계산대를 보던 마트 직원은 고객들의 장바구니 이용이 저조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바구니 사용 활성화와 플라스틱 폐기물 감소를 위해 대형마트 자율포장대에서 테이프와 노끈이 사라진 지 열흘이 지났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이 같은 소식을 접하지 못하고 마트를 찾은 이용객들의 혼란만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8월 환경부와 마트업계가 맺은 `장바구니 사용 활성화 점포 운영 자발적 협약식`에 따라 올해 1월 1일부터 전국 대형마트에서 테이프와 노끈이 사라졌다. 당초에는 종이박스까지 없앨 계획이었지만 "재활용 되는 종이박스를 굳이 없앤다는 것은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는 소비자들의 항의가 거세 종이박스만은 남겨두는 방식으로 수정됐다.

이 같은 정부방침에도 장바구니를 들고 대형마트를 찾는 고객은 그리 많지 않았다. 지난 11일 오후 6-7시. 동구의 한 대형마트는 고객들로 붐볐지만 이 시간대 장바구니를 들고온 이는 10명 남짓에 불과했다.

자율포장대와 마트 곳곳에 테이프와 노끈 제공을 중지한다는 안내문이 붙여져 있긴 했지만 시민들의 불만은 이어졌다. 불편함을 감수하며 마트를 올 바엔 차라리 온라인을 이용하겠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테이프 없이 이리저리 박스를 접어보다가 무거운 물건이 많아 포기해버린 박모(28)씨는 "집에서 나올 때는 장볼 계획이 아니었기 때문에 장바구니를 준비하지 못했다"며 "앞으로도 이런 일이 종종 생길 텐데 간편하게 온라인 쇼핑을 활용하는 게 나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감소하려는 취지와 마트의 행보가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었다.

박스의 밑바닥을 접어가는 방식을 택한 김모(30)씨는 "좋은 의도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단순히 테이프 제공을 멈춘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마트를 둘러보면 1+1 행사라고 테이프를 칭칭 감아둔 것을 볼 수 있고 분리수거가 어렵도록 반질반질하게 코팅된 홍보 전단지도 쉽게 볼 수 있는데, 마트 쪽이 먼저 개선할 생각 없이 고객들만 불편을 감수하란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준비성 좋은 이용객들도 있었다.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집에서부터 일반 장바구니와 바퀴 달린 장바구니 2개를 챙겨온 한 이용객은 "올해부터 박스 테이프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소식을 뉴스에서 접해 미리 챙겨 왔다"며 "다소 불편한 감은 있지만 다음 세대를 위해 환경을 보존하려면 불가피한 조치인 것 같다"고 찬성의 목소리를 올렸다.

지역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장바구니 사용을 생활화할 수 있도록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포장지의 비율을 늘리는 등 다양한 방법을 꾸준히 강구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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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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