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2부 문승현 기자
취재2부 문승현 기자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을 확대하는 혁신도시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지방자치단체 UN총회로 불리는 세계지방정부총회 유치 등 호재로 들썩이던 대전 관가가 요즘 하 수상(殊常)하다. 부단체장 승진인사를 놓고 파열음을 낸 대전시와 중구 사이에 흐르는 냉기류는 시쳇말로 쎄하게 느껴질 정도다. 휘발성 강한 승진 인사 후폭풍의 확장성과 지속성을 가늠하기도 어렵다. 인사의 핑퐁게임을 요약하면 이렇다. 박용갑 중구청장은 부구청장 임명이 구청장 고유권한이라는 소신으로 올초 4급이던 조성배 안전도시국장의 3급 승진과 부구청장 임명을 결정했다.

시는 상호 협의로 부구청장 인사를 하던 관행을 깬 것이라며 인사교류 중단으로 맞받았다. 그 결과 9일 치러진 6급 이하 직원 교류 선발시험에서 중구 공무원들은 배제됐다. 기초에서 광역단체로의 진입로가 봉쇄된 것이다. 여기까지가 벌어진 일이다. 두 행정기관이 장군 멍군을 주고받으며 갈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모양새지만 중구 공무원들은 사분오열하고 있다. 중구 내부게시망에선 인사교류 제외 소식에 시의 방침을 이해할 수 없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직원부터 승진 인사를 박 구청장의 측근 챙기기라고 수군대기도 한다. 또 `(이번 인사로) 진정한 자치분권이 되었다. 사랑해요 사장님` `허울뿐인 자치분권, 의회랑 싸우고 시랑 싸우고 애꿎은 직원들만 죽어난다`는 등 비아냥거리는 댓글도 달렸다.

시 소속 3급 공무원이 부구청장에 임명되는 것은 잘못된 관행이므로 잘못된 관례를 고치는 게 잘못은 아니라는 옹호론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시 전입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 직원들의 좌절감은 헤아리기 힘들다. `도대체 뭐를 위해서 시에서 근무해 보고 싶은 직원들의 기회를 앗아가버리나요. 하위직 직원들이 왜 손해를 봐야 하는 거죠.` `젊은 사람들 미래가 막힌 거나 다름없다.` `인사교류가 막히면 고이게 돼 있다. 큰 꿈을 가지고 있는 직원들의 희망을 꺽지 말아주세요.` 중구 공무원들의 소리 없는 외침이다. 시든 중구든 누군가 나서 이에 답하지 않는다면 주민을 위해 봉직하는 공무원의 사기는 땅에 떨어지고 행정의 품질 개선은 기대난망이다. 자, 답할 자 누구인가. 취재2부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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